SK아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 마감일인 4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SK아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 마감일인 4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영업부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해 상반기 공모주 최대어로 꼽히며 기대를 모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가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까지 상승)에 실패했다. 

11일 낮 12시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SKIET는 시초가(21만원) 대비 5만2500원(-25%) 하락한 15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초가는 공모가(10만5000원) 대비 2배로 형성됐으나, 상장 직후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곧 하락 반전했다. 

상장 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SKIET의 ‘따상’은 당연하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지난달 28~29일 진행된 일반인 공모주 청약에서 역대 최고인 80조9017억원의 증거금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 게다가 상장 첫날 유통가능한 주식 비중도 총 발행주식의 15.04%로, 앞서 ‘따상’에 성공한 SK바이오사이언스(11.6%)보다는 높지만 카카오게임즈(22.6%)나 빅히트(29.7%)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만약 SKIET가 ‘따상’에 성공했다면 주가는 27만3000원으로 공모 청약 투자자는 주당 16만8000원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따상’에는 실패했더라도, 여전히 공모가에 비해서는 60% 가량 높은 수준에 주가가 형성돼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기업가치에 비춰볼 때, ‘따상’에 해당하는 주가는 과도하게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차 전지 핵심소재 중 하나인 습식 분리막을 제조하는 SKIET의 지난해 매출 및 순이익은 각각 4693억원, 882억원으로 경쟁사인 중국의 창신신소재(Yunnan Energy New Materials, 지난해 매출 43억 위안, 순이익 12억 위안)의 61%, 43% 수준이다. 

SKIET가 ‘따상’에 성공한 것으로 가정하면 시가총액은 19조4641억원으로 창신신소재(11일 현재 1152억 위안, 약 20조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장 초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더라도, 글로벌 습식 분리막 1위 업체인 창신신소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오른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는 것. 

실제 증권가에서 예상한 주가도 ‘따상’과는 거리가 있다. 메리츠증권은 SKIET의 적정주가로 18만원을 예상했고, 하나금융투자는 14만8000원, 유안타증권은 10만~16만원을 제시했다. 

물론 SKIET 주가가 향후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높은 적정주가를 제시한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쟁사(SEMCORP, 비상장)의 모회사 Yunnan Energy New Material의 2022년 PER(43배)에 10% 프리미엄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주 연구원은 프리미엄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창신신소재의 지난해 분리막 매출 비중이 70%로 순수 분리막 업체가 아닌 데다 ▲창신신소재의 티어1 배터리업체 매출 비중이 25~30%로 SKIET에 비해 낮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티어1 분리막 시장은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 등 전기차 선두권 업체에게 공급되는 프리미엄 시장으로 마진이 높고 고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SKIET의 티어1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26.5%로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또한 향후 코스피200 등 지수 편입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점도 변수다. SKIET가 ‘따상’ 실패를 딛고 상승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