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페 스윗 전경
사진=카페 스윗 전경

여럿이 힘을 모으면 어려운 일도 ‘되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때 희망은 피어난다.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언더스탠드에비뉴에 위치한 <카페스윗>의 이야기다. 카페스윗은 청력이 보통 사람들보다 낮은 농인들이 바리스타로 일하는 카페다. ‘신한은행 임직원의 착한 소비로 발생한 수익금을 모아 만들어진 청각장애인들의 일터이기도 하다.

7일 오후 2시,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낮, <카페스윗>을 직접 다녀왔다. 여느 카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에서는 “어서오세요”,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라는 말소리가 오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계산대 앞에 놓인 디지털 보드만이 바리스타와 주문자를 이어주고 있었다. 바로 이 디지털 보드를 통해 주문이 진행된다. 보드 위에 “안녕하세요”라고 쓰면 그대로 “안녕하세요”가 바리스타에게 보이는 식이다. 

사진=카페 스윗의 농인 바리스타 유지애(29)씨
사진=카페 스윗의 바리스타 유지애씨, 촬영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유지애(29)씨를 만나 농인으로서 겪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지애씨는 심한 정도의 청각장애인(구 2급)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카페에서 일 한지는 5개월 남짓됐다.

대화는 지애씨가 수어를 사용하는 관계로 수화통역사 이성실씨가 자리에 함께 했다. 성실씨는 근무 시간 동안 카페에서 지애씨의 통역을 하는 일을 한다. 기자와의 대화도 지애씨가 수어로 말을 하면 성실씨가 말로 옮겨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유지애입니다. (카페스윗) 2호점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카페스윗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입니다."

바리스타 일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저는 서울 농학교 출신입니다. 거기서 (바리스타 일을) 배운 다음에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선생님께 추천받아서 여기서 일하게 됐어요."

-정규직으로 일하고 계신 건가요?
"네.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농학교에서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받으셨나요?
"선생님이 계십니다. 농학생들이 대상이다보니까 수어를 사용해서 가르쳐주세요." 

-배울 때는 어려움이 없었나요?
"(선생님이 청인이셔서) 아무래도 저희들이 쓰는 언어랑 다르니까 가끔 수어를 잘 못 하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조금 어려웠죠."

-카페 스윗에 출근하고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첫 느낌이요? 음, 사실 다른 카페하고는 조금 다르잖아요. 다른 카페 보다는 환경이 좋아요. 그러니까 근무 환경이 좋다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농인 바리스타를 뽑아서 일을 하는 카페다보니까 농인 바리스타한테 환경이 맞춰져 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저희 카페는 수화통역사가 항상 있거든요."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손님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나요?
"아직까지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어요. 저희 (계산대) 앞에 필담용 전자보드가 있거든요. 그걸 가지고 손님들과 소통해요. 그래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카페 스윗 말고 다른 곳에서도 근무를 한 적이 있으신가요?
"네 있죠. 커피 일은 아니었고요, 베이킹을 했었어요. 카페는 여기가 처음이지만. 그곳에서 일할 때는 몸이 힘들었어요. 다만 전 직장은 비청각장애인과 일을 했는데 그 분들이 수화가 가능해서 소통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럼 카페 스윗에 취직한 뒤 가족들이랑 친구들 반응은 어떤가요?
"지금까지 저는 되게 열심히 공부를 하고 다녔잖아요. 그러다가 결국에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직을 한 경우니까 다들 잘 됐다라고 하세요. 또 저희 언니가 있거든요. 언니도 농인이에요. 지금 언니도 바리스타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동생분을 보고 바리스타가 돼야겠다고 생각하신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변에 혹시 같이 공부하던 친구분들 중에서는 지애씨를 부러워하거나 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저를 시기 질투하는 사람은 없고요, 그냥 “잘 됐다”, “부럽다” 그 정도예요. 다들 착해요. 시기 질투는 없어요." 

-실례되는 질문일 수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손님들이 (지애씨가) 청각장애인인 것을 알고 있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으신가요.
"그렇게 대놓고 (농인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은 없어요. 만약에 그렇게 물어보신다해도 전 어차피 안 들려서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표정이 몹시 밝아 보여요. 평소 긍정적인 편인가요.
"성격이 긍정적이라기보다는, 제 멘탈이 좀 강한 편이에요."

-농인이 근무하는 카페인 카페스윗이 3, 4호점씩 이렇게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농인 바리스타가 일하고 있는 카페가 많이 생기면 좋긴 하겠죠. 일단 청인들은 딱히 농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없어요. 이런 카페가 있으면 여기 오셔서 (농인을) 만나고 또 이렇게 수어를 쓰는 분들도 있구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될 것 같아요." 

 

사진=(좌)바리스타 유지애씨와 (우)수화통역사 이성실씨, 수화 내용은 "아메리카노는 3천원입니다"라는 뜻이다
사진=(좌)바리스타 유지애씨와 (우)수화통역사 이성실씨,
수화 내용은 "아메리카노는 3천원입니다"라는 뜻이다

-농인으로 살아오면서 평소에 힘들었던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네 힘든 점이 있었어요. 제가 음성으로 말을 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요, 그런데 제가 말을 한다고 해서 상대도 내가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말씀을 하시는데 그건 또 안 돼요. 그게 불편해요. ‘너 그래도 들리잖아, 더 조금 들리니까 말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으로 저한테 음성으로 말하고 듣기를 강요하시는데 저한테 말을 하고 싶으시면 필담으로 주시는 게 정확해요."

-일할 때는 바로 이렇게 필담으로 쓰게 되어 있으니까 그런 불편함이 덜 하신 건가요?
"네, 손님들은 잘 써서 주세요, 불편한 것 없어요."

-농인들을 위해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일상생활에 살면서 있으신가요?
"청각 장애인이 수어만 쓴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혹은 듣지만 못하지 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또 필담으로 소통이 100%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농인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이 있는 거죠. 그런 편견, 고정관념들이 바뀌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청각장애가 있어도 각자 소통하는 방식이 달라서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편한지 먼저 물어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혹시 모든 사람들이 수어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있긴 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워요. 사람들이 필수로 수어를 알아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할 수 있으면 좋죠. 언어잖아요. 많이 알면 좋죠." 

=앞으로 더 많은 농인들이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려면 어떤 지원책들이 필요할까요.
"일단 농인들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없으면 좋겠어요. 예컨대 농인들은 무조건 글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줄글을 잔뜩 주시는 경우도 있어요. ‘너희 말만 안통할 뿐이지 글은 다 읽을 수 있잖아’라면서. 그런데 문자에 약한 분들도 있어요. 또 농인이기 때문에 무식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불편해요. 그런 것들이 고쳐졌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 저는 바리스타잖아요. 이런 저의 능력을 좀 더 향상시키고 역량을 키우고 싶어요"

마지막 답변을 하면서 지애씨는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수어로 “인터뷰 감사합니다.”를 기자에게 알려줄 때는 왠지 모를 뿌듯함도 그에게서 느껴졌다. 그의 긍정적이고 선한 기운이 커피향과 함께 잔잔히 전해져왔다. 

그러면서 문득 떠오른 한줄기 생각. 카페 스윗 같은 곳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 이 곳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농인과 일반인을 이어주는 소중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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