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4일 시사경제지 '더애틀란틱' 주최로 열린 화상회의에서 금리인상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더애틀란틱 유튜브 채널 갈무리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4일 미국 시사경제지 '더애틀란틱' 주최로 열린 화상회의에서 금리인상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더애틀란틱 유튜브 채널 갈무리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금리 인상 발언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일부 기술주가 하락했을 뿐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은 없었지만, 장기적으로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될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옐런 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시사경제지 ‘더애틀란틱’이 주최한 화상 컨퍼런스에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지낸 옐런 장관의 발언을 금리인상 신호로 해석한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급증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증시가 크게 상승한 만큼, 금리 인상은 유동성 장세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옐런 장관의 금리인상 발언은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일부 업종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그쳤다. 실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일 1만3895.12에서 옐런 장관의 발언이 전해진 4일 1만3633.50으로 1.88% 급락한 뒤 6일 현재 1만3632.84로 횡보 중이다. 하지만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3일 4192.66에서 4일 4164.66으로 0.67% 하락하는데 그쳤으며, 6일 기준 4201.62로 하락폭을 일부 회복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같은 기간 3만4113.23에서 3만4548.53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도 미미했다. 옐런 장관의 발언 이후 처음 장이 열린 6일 코스피는 3178.74, 코스닥은 969.99로 각각 전일 대비 1%, 0.29% 상승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금융주가 크게 상승한 가운데, 반도체 및 IT업종은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옐런 장관의 금리인상 발언의 파장이 예상보다 작았던 이유는 시장이 이를 심각한 시그널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옐런 장관은 4일 발언의 여파가 확산되자 이날 오후 열린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CEO 협의회 서밋’ 행사에서 “금리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은 아니다”라며 “나는 연준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사람”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또한 옐런 장관의 발언 이후 이틀 연속 하락하는 등, 금리인상 우려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만약 옐런 장관의 발언이 진짜 긴축 시그널이었다면 아무리 못해도 2년물은 상승 조짐을 보이는 등 반응이 있었을텐데 국채금리가 모두 반응하지 않은 것은 옐런 장관의 발언이 시장에 실질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미국 증시가 일부 하락한 것은 ‘심리적 불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옐런 장관의 이번 발언이 조기 금리인상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시장에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라는 신호를 던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백신의 조기 보급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끝을 보이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 인상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CNN은 지난 5일 “미국 경제는 수요 반등 및 고용 상황 개선에 따라 올해 팬데믹으로부터 완전히 회복궤도에 올라섰다”며 “경제가 강해지면, 연준은 결국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금리를 영원히 바닥에 묶어둘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CNN은 이어 반도체 및 원자재 등이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며 “투자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포스트-코로나19’ 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옐런의 예측대로 일시적인 것일지, 아니면 지속될 것인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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