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사회여론연구소
자료=한국사회여론연구소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자는 심각한 역풍을 불러오며 4·7 선거 이후 기세가 좋았던 야당의 지지율까지 꺾어놓은 반면, 후자는 재계를 넘어 종교계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성인 1010명에게 구속 중인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52.2%로 “사면을 고려할 때가 됐다”는 의견(40.3%)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여러 차례 실시된 전직 대통령 사면 관련 여론조사와 비슷한 결과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전직 대통령 사면을 반대하는 응답자가 50.2%로 역시 찬성(44.8%) 의견보다 많았다.

지난 1월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조사 결과는 찬성 47.7%, 반대 48%였다. 좋게 봐도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는 수준이며, 보수적으로 보면 야당의 4·7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변하는 중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경제단체가 불을 지피기 시작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론은 오히려 재계 밖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은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국내 최대 노인단체 대한노인회도 이 부회장이 백신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며 특별사면을 요청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청원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전직 대통령과는 판이하다. 알앤써치 조사에 따르면, 이 부회장 특별사면에 대한 찬성 의견은 70%로 반대 의견 26%과 큰 격차를 보였다. 찬성 의견 내부에서도 “찬성하는 편”(18.2%)보다는 “매우 찬성한다”(51.8%)는 의견을 밝힌 응답자가 대부분이었다. 여론이 이 부회장에 대해 “사면해도 괜찮다”가 아닌 “사면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알앤써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두 사면론에 대한 국민 여론의 차이는 사면의 명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정치적 판단과 결부될 수밖에 없다. 실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믿고 있다”며 사면을 건의했다가, 당내외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탄핵 부정으로 연결될 경우 야당이 4·7 선거 승리로 잡은 주도권을 다시 여당에 내주게 될 수 있다. 김우석 국민대 객원교수는 지난 25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사면론은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탄핵 부정은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헌법 절차를 무시해서 보수 정당이 정상적인 논리를 펼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탄핵은 헌법 절차에 따라 완결된 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 그런데 그걸 계속 잡고 있으면 야당에서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없다”며 “탄핵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헌법정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고령층과 달리 전직 대통령에 대한 심리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청년층에게는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특별히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공정’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연령대인 만큼, 야당 또한 구태정당이라는 인식만 심어줄 수 있다. 실제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한 것에 대해 “대체 왜 야당이 먼저 사면 논의를 꺼내냐”, “선거 끝나자마자 사면론이라니 무책임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야당 내부에서도 사면론과 탄핵을 연결짓는 시도에 대해 ‘헛발질’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힘 청년문제 연구소 ‘요즘것들연구소’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탄핵을 부정하는 것은 이런 우리당의 쇄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자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지를 보내준 청년과 중도층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론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판결의 옳고 그름과는 상관 없이, 국가경제와 백신 확보라는 명분이 작용하는 모양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 부회장 사면 청원들도 대부분 두 가지를 사면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한 청원글에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경제 생태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이 충분히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청원글은 4일 만에 2만명이 넘는 동의를 모았다. 

최근 윤상기 하동군수 및 하동군민 일동의 명의로 올라온 청원글에도 “외교 안보 차원의 백신 확보와 반도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선 이재용 부회장만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 들어있다.

여기에 최근 충수염 수술을 받는 등 이 부회장 개인에 대한 동정 여론도 사면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반된 양상을 보이는 두 가지 사면론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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