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엠마에게

신의숙, 약혼, water color on paper, 53*45cm.
신의숙, 약혼, water color on paper, 53*45cm.

 

자장자장 아가를 
재웁니다.

보챔이나 옹알거림을 
자장자장
눈물도 웃음도 배냇짓도
자장자장 재웁니다.

재우는 내 손에는 
따스한 아가의 살내가 옮겨와
새근새근 아가는 
나를 재웁니다.

아가의 새근새근 숨소리가
내 근심도 고달픔도 
도닥거리며 재웁니다.

내가 부르던 자장자장 자장가를
아가가 꿈 노래로 새근새근 바꿔 부르면
나는 놓습니다,
세상의 무겁고 쓸쓸한 것들을.

아가는 새근새근 잠자면서
자장자장 아가의 자장가로
나를 아가처럼 재웁니다.

방정환(1899~1931, 아동문학가, 사회사업가)의 ‘어린이 예찬’입니다.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위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달게 자고 있다. 볕 좋은 조용한 오후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중에 그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 고요히 자는 얼굴을 잘 말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은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것 같고, 이 세상의 평화라는 평화는 모두 이 얼굴에서 우러나는 듯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 평화롭다.(중략)

오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잔다. 더할 수 없는 참됨과 더 할 수 없는 참함과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 가진 어린 하나님이 편안하게도 고요한 잠을 잔다. 옆에서 보는 사람의 마음속까지 생각이 다른 번추煩醜한 것에 미칠 틈을 주지 않고 고결하게 순화시켜 준다. 사랑스럽고도 부드러운 위엄을 가지고 곱게 순화시켜 준다. 나는 지금 성당에 들어간 이상의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사랑스러운 하나님-위엄뿐만의 무서운 하나님이 아니고-의 자는 얼굴에 예배하고 있다.’

아기를 잠재우는 일은 ‘고요, 평화, 참됨, 아름다움, 창조, 편안, 하나님의 얼굴, 순수, 순화’를 체험하는 일, 그리하여 나 역시 이런 아기가 되어, 번추한 시름을 잠시나마 잊고 아이처럼 잠드는 것.

‘내가 부르던 자장자장 자장가를 / 아가가 꿈 노래로 새근새근 바꿔 부르면 / 나는 놓습니다,
/ 세상의 무겁고 쓸쓸한 것들을. // 아가는 새근새근 잠자면서 / 자장자장 아가의 자장가로 / 나를 아가처럼 재웁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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