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의 철수설이 결국 사실로 밝혀졌다. 

씨티그룹은 15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개인 대상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수 대상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바레인·중국·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폴란드·러시아·타이완·태국·베트남 등이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 금융 사업을 싱가포르·홍콩·아랍에미리트(UAE)·런던 등 4개 자산관리센터로 재편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4개 중요 허브를 통한 자산관리 사업을 통해 강력한 성장과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이저 CEO는 이어 “(철수 대상인) 13개 시장에서 우리는 경쟁력 있는 규모를 갖추지 못했다”며 “우리가 가진 자원을 자산관리 및 기업금융 시장의 높은 수익 기회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04년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설립한지 17년 만에 한국 소매금융 시장을 떠나게 됐다. 

 

자료=씨티그룹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자료=씨티그룹

한국씨티은행의 국내 소매금융 시장 철수는 생소한 소식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소매금융 계열사 씨티캐피탈 매각, 2017년 점포 통폐합 등 3년 주기로 씨티은행 철수설이 제기돼왔고, 지난달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씨티그룹이 한국·베트남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 철수할 예정이라는 기사가 국내에 인용 보도되기도 했다. 

앞서 두 차례의 철수설이 강력한 조직 슬림화로 인해 촉발됐다면, 최근의 철수설은 실적 부진에 따른 것이다. 실제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87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8%나 급감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국내 은행 순이익(12.3조원)이 전반적으로 감소(전년 대비 -11.5%)했지만, 씨티은행의 감소폭은 국내 은행보다 세 배나 크다. 

같은 외국계 은행은 SC제일은행도 전년 대비 18.2% 감소한 257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씨티은행에 비하면 충격이 적은 편이다.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규모를 갖추지 못했다”는 프레이저 CEO의 말도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예수금 점유율은 2017년 2.11%에서 2019년 1.95%로 감소했다. 대출금 점유율 또한 같은 기간 1.90%에서 1.63%로 줄어들었다. 이는 SC제일은행(3.41%, 3.18%)의 절반 수준으로, 한국 소매금융 시장에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그룹 본사의 판단도 틀린 것은 아닌 셈이다. 

씨티그룹이 한국 시장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씨티은행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수년 간 추진해온 조직 슬림화를 통해 소매금융 점포는 36개, 임직원은 939명으로 줄어든 상태라 경영효율성이 높다. 소매금융 규모는 약 17조원으로 크지 않지만 수도권 진출을 노리는 지방은행이나 1금융권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금융사 등에게는 매력적인 매물이다. 

한편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한국을 포함한 특정 국가의 실적이나 역량의 문제로 인한 결정이 아니라, 변화된 금융환경 속에서 사업부문을 재정비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사업을 단순화할 필요성에 따라 이번 결정을 한 것”이라며 “후속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감독 당국과 필요한 상의를 거쳐 관련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하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행장은 이어 “이번 전략 발표는 소비자금융사업부문에 한정돼 있으므로, 당행은 기업금융사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기업고객들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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