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업비트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7일 비트코인 가격 변동 추이. 자료=업비트 홈페이지 갈무리

7일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최근 확대된 ‘김치 프리미엄’(김프, 국내·해외 거래소 간 가격 차이)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김프 확대는 시장 과열의 신호라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경 대량의 비트코인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이날 한 때 7950만원을 넘어섰던 가격이 6900만원대로 급락했다. 불과 6시간 만에 12% 가까이 가격이 하락하며 7000만원대가 무너졌던 비트코인은 8일 소폭 반등해 전일 대비 1.64% 하락한 716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해외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지만 폭은 국내 거래소보다 작았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5만8300달러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5만5600달러로 약 5% 가까이 하락했다가 현재 5만6500달러까지 반등한 상태다.

국내외 거래소의 가격 변동 폭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 것은 ‘김프’ 때문이다. 암호화폐가 해외보다 국내에서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뜻하는 김프는 최근 들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큰 폭으로 확대됐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김프는 지난 2월 -6% 수준까지 하락했다가 이달 들어 18%를 넘어설 정도로 오른 상태다. 

 

자료=크립토퀀트
비트코인 가격(검은색, 달러) 및 김치 프리미엄(빨간색, %) 변동 추이. 자료=크립토퀀트

국내 거래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은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매수세가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크게 성장한 주식시장이 최근 횡보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려 김치 프리미엄이 다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국내외 거래소 간 가격차가 커지면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한 뒤 국내 거래소에서 팔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조정돼야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차익거래가 간단한 일은 아니다. 외국환거래법 상 사유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액수는 연 5만 달러 이하여서 대규모 거래가 어렵고, 국내 투자자가 해외 계좌를 개설한 뒤 이를 해외 거래소와 연동해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크게 오른 김치 프리미엄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김프를 누적된 시장 과열 양상의 신호로 보기도 한다. 실제 암호화폐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7년 당시 김프는 연초 10% 수준에서 이듬해 1월 50%를 넘어설 정도로 급격하게 상승한 바 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과열 양상은 김프가 아닌 다른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원화로 거래된 비트코인(3만9456개)의 비중은 전체 통화 중 8.13%로 미국 달러(80.85%)에 이어 두 번째다. 원화 거래량 순위는 일주일 전만 해도 유로화와 엔화에 이어 4위였다.

 

자료=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 트위터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코인 유입량(왼쪽) 및 빗썸 유입량. 자료=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 트위터

문제는 김프가 커진다는 것은 곧 가격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뜻이며, 하락장이 올 때 충격도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7일 오전 20%에 근접했던 김프는 하락세가 시작된 이후 10%로 쪼그라들었다.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도 해외 투자자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한편, 주기영 크림토퀀트 대표는 7일 트위터에서 이번 하락장의 원인에 대해 “누군가 김치 프리미엄을 차익거래에 활용할 방법을 알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 대표는 “한 가지 단서는 전 세계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유입량이 감소하는 동안, 한국 최대 거래소 중 한 곳에서는 늘어났다는 사실”이라며 “몇몇 고래(큰손)들이 한국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옮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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