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다.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애초에 확률을 숨기는 경우가 있어 이용자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 이에 국회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활발하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명시한 게임법(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4건 발의됐는데, 각각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아봤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개선하는 게임법 개정안들은 전반적으로 ‘이용자의 권익’을 조명하고 있다. 게임사와 이용자 간 정보의 비대칭 심화로 불필요한 소비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해 ‘천장’이 보여야 이용자들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주장이다. 원하는 아이템 획득에 대한 기대값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은 이용자들의 사행을 조장하면, 결과적으로 게임산업이 음지로 향한다는 설명이다.

◇하태경 의원 “정부·게임사에 이용자 보호 기구 둬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정부와 게임사가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기구를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게임물이용자권익보호위원회’, 게임사에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둬, 이용자들의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법에서는 불법 사행성 게임의 유통을 차단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역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합법 게임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정보 조작 의혹 등 사행심을 유발하는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하 의원은 “복잡한 확률 구조와 관련한 허위·과장 광고가 만연해 게임업계 자율규제가 실효성을 잃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컴플리트 가챠는 ‘전면 금지’ 추진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컴플리트 가챠’ 방식의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봤다. 컴플리트 가챠란 ‘이용자가 빙고판 채우듯 퍼즐의 모든 부분을 완성해야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을 뜻하는 외래어다. 2중 확률형 아이템으로도 불린다.

관련 사례로는 최근 ▲넥슨이 모바일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에서 고성능 차량을 컴플리트 가챠 보상으로 내걸고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에서 가치가 높은 ‘신화급 장비’를 얻는 데 필요한 재료 수급 과정을 2중으로 설계한 문제 등이 있다.

유 의원은 “획득 확률을 조작하거나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어 사행성을 조장하고 있다”며 “경제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확률 표시 의무를 위반하거나 컴플리트 가챠 방식을 사용한 경우, 관련 이익의 3배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컴플리트 가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하는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각종 아이템을 퍼즐의 일부로 설정하고, 모든 아이템 수집을 달성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도감형 아이템’도 컴플리트 가챠와 방식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상헌·유정주 의원 “정확한 확률 공개가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유정주 의원은 확률 정보 표기 의무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자율적으로 확률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일부를 숨기거나 모두 제공하지 않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확률형 아이템 규제 입법 활동에 나섰다. 이 의원은 게임법 개정안에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확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았다.

그는 넥슨이 PC MMORPG 메이플스토리에서 장비 옵션을 변경하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 ‘큐브’ 확률을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다.

한편 업계에서는 게임법 개정안이 쏟아진 뒤로 자정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확률 공개 대상 아이템을 넓히며 자율규제를 강화한 것. 넥슨은 자사 게임 12종 내 미공개 중이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지난달 일제히 공개한 바 있다.

업계와 학계가 모여 설립한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도 자율규제 수위를 높이는 절차를 밟고 있다. GSOK는 “유·무료 요소가 결합된 강화 콘텐츠 및 변동확률 기본값과 범위도 공개하는 방향으로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자율규제 개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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