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마이데이터 사업심사가 중단된 하나카드와 삼성카드의 희비가 엇갈렸다. 하나카드는 '탈꼴찌' 발판을 마련한 반면, 삼성카드는 2위 수성이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정례회의를 열고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4곳(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핀크)에 대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를 조건부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4개사는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업 예비허가를 신청했으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중단됐다. 참여연대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대한 특혜 대출과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의 특혜 승진을 이유로 2017년 하나금융지주 경영진을 고발했기 때문. 현행법상 대주주의 형사소송 및 제재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심사가 보류된다. 

금융위는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형사소송 절차가 시작된지 4년 1개월이 지났음에도 종료 시점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심사 중단으로 인해 기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하나금융 계열사에 대한 심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 하나카드, 마이데이터 심사 재개로 ‘탈꼴찌’ 희망 되살려

비록 향후 소송 결과에 따라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심사 재개 결정은 하나카드에게는 희망적인 소식이다. 

하나카드는 업계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는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동차 할부금융, 비회원 대상 일반대출 서비스, 토스뱅크와의 파트너십 등 신사업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덕분에 지난해 전년(563억원) 대비 174.4% 증가한 15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카드업계가 지난해 전반적인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점유율은 오히려 1분기 8.08%에서 4분기 7.54%로 줄어들었다. 우리카드와의 격차도 1분기 0.6%에서 4분기 1.35%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빅테크의 결제시장 진출로 카드업계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신사업 진출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하나카드의 ‘탈꼴찌’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금융위가 하나카드의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심사를 재개하면서 하나카드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 삼성카드, 대주주 리스크에 2위 수성 ‘빨간불’ 

반면 삼성카드의 경우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기약 없이 미루게 됐다.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암 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받게 됐기 때문. 기관경고는 금감원장 전결사항으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금융위에서 징계를 완화할 가능성은 적다. 소송 완료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하나금융과는 사정이 다른 셈이다.

KB국민카드, 현대카드와 치열한 경쟁 중인 삼성카드로서는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 지연되면서 2위 자리 수성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삼성카드의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7.67%에서 4분기 17.93%로 늘어났지만, 이는 중소형 카드사의 부진 때문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분기 삼성카드로부터 2위 자리를 뺏기도 했으며, 현대카드도 4분기 17.33%까지 점유율을 확대하며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누가 2위인지 가려내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3개사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데이터 심사 재개가 불발된 것은 삼성카드에게는 뼈아픈 타격이다. 삼성카드가 심사 중단이라는 악재를 이겨내고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의 우회로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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