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남열.
사진 유남열.

 

푸른 하늘에 
매달린 절벽이 아니라면

그 끄트머리 
붉디붉은 꽃이 아니라면

그 꽃 꺾는 일이 
뜨거운 죽음과 맞닿지 아니하다면,

당신께 바치는 꽃은 꽃이 아니리,
사랑이 아니리.

‘자줏빛 바윗가에 / 잡고 있는 암소를 놓게 하시고 /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는 <헌화가> 전문입니다.

<헌화가>는 ‘『삼국유사』 권2 <수로부인조>에 가사 전문과 배경 설화가 실려 전한다. 수로부인의 남편 순정공이 강릉 태수가 되어 부임해가던 중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높이가 1,000장이 나 되는 벼랑 위에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수로부인이 꽃을 원했다. 그러나 종자從者들은 모두 사람이 닿을 수 없는 곳이라 하며 나서지 않았다. 이때 소를 끌고 가던 한 노옹老翁이 부인이 꽃을 바란다는 말을 듣고 이 노래를 지어 부르며 꽃을 꺾어 바쳤다.’(다음 백과)*

모든 것을 포기하고라도 사랑만 있다면 된다는 생각한 적이 있는지요. 사랑을 향해 목숨이 돌진한 적이 있는지요. 목숨의 경계까지 사랑이 닿은 적이 있었는지요. 

‘그 꽃 꺾는 일이 / 뜨거운 죽음과 맞닿지 아니하다면 / 당신께 바치는 꽃은 꽃이 아니리 / 사랑이 아니리.’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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