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백신 개발·생산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백신 개발·생산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장 첫날 ‘따상’으로 기대를 모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속 상한가를 노리고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23일 낮 12시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전일 대비 2.08% 하락한 14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모가(6만5000원)에 비해서는 두 배 이상 높지만, 상장 첫날 종가(16만9000원)에 비하면 16.6% 가량 하락한 것. 시가총액으로 따지만 약 2조원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시작해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에 성공하며 기대감을 모았다. 게다가 상장 초기 유통주식 수가 889만7150주로 전체 물량의 11.63%에 불과해 ‘따상상’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상장 초기 유통 가능 주식 비중은 SK바이오팜(13.06%), 카카오게임즈(20.51%) 등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둘째 날 19만원까지 오른 뒤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14만원 초반까지 내려온 상태다. 

일각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하락 원인으로 균등배분을 지목하고 있다. 청약증거금 규모에 따라 공모주를 비례배분하는 경우 ‘큰손’이 다수의 주식을 보유하게 돼, 우량주의 경우 단기 차익을 노리고 매도하기보다는 장기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균등배분의 경우 1~2주를 보유한 소액 주주가 늘어나 이러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논리다.

실제 상장 직후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에서 배정받은 주식을 처분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온 바 있다. 한 투자자는 “첫날 2주 전부 상한가에 매도했다”며 “‘치킨값’이나 벌려고 했는데 ‘한우값’을 벌었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기분”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따상상’을 기대하며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균등배분으로 인한 개인 매도세를 주가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22일 개인투자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2238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615억원, 443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견인했다.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인 국면에서 상장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직후인 18일(현지시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1.7%를 넘어설 정도로 급등하면서 뉴욕증시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게다가 국내 제약·바이오주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추가 상승 동력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애초에 공모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공모가 산정 당시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굴지의 글로벌 의약품 CMO(위탁생산) 업체를 비교 대상 기업으로 삼고, 평가 방식 또한 PER(주가수익비율)이 아닌 EV/Capacity(생산량 대비 기업가치)를 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이미 사용한 방식으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백신이 주력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CMO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고평가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가 장기적으로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지 여부는 자체백신 개발 및 주요 지수 편입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김지하 연구원은 “합성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2개(NBP2001, GBP510)를 개발 중이며, 각각 임상 1상과 임상 1/2상 단계”라며 “연내 1개 품목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며, 상반기 중 1상 결과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이어 “낮은 유통주식비율(1개월 락업 해제시 16%)로 5월 MSCI 정기 변경시 편입은 어려울 수 있지만, 6월 코스피 200에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5조원 이상을 유지할 경우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