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이 17일 열린 콘텐츠미래융합포럼 9차 정책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위정현 학회장 채널 캡처

게임사가 이용약관 상 유저들에게 합리적이지 못한 조항을 포함하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게임사가 아이템의 가치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으면 유저들의 피해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콘텐츠미래융합포럼은 17일 ‘게임 확률형 아이템, 원인 분석과 대안을 고민한다’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문화체육관광부·학계·업계 인사 및 넥슨 마비노기 유저 대표가 참석했다.

최근 게임업계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논란이다. 내용물이 무작위로 나오는 유료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해 이용자들의 과소비를 유도한다는 의혹이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위정현 회장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제화는 업계 자업자득”

발제에 나선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중앙대 교수)은 최근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불거짐으로써, 업계 자율규제가 유명무실해졌음을 시사한다고 봤다.

위 회장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에 대한 법제화는 게임 생태계 건전화 및 유저 신뢰 회복 노력의 시작일 뿐”이라며 “향후 관계당국 간, 국회 상임위원회 간 주도권 싸움으로 비화하고 국정감사에 게임사 대표들이 줄소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 회장은 이어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게임법(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조기에 입법해, 확률 적정성·컴플리트 가챠 금지 등 관련 문제를 논의해 갈 필요가 있다”며 “지금 수습되지 않으면 청소년 이용가 게임 등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규제에 그치지 않고 금지까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넥슨 등이 과거 게임에 부분유료화를 도입한 이래 업계가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 모델에 매몰됐다고 주장한다. 소수 게임사가 시장을 과점하면서 중소게임사가 몰락하고, 해외게임사와의 경쟁도 격화돼 혁신적인 게임 개발에 소홀해졌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에서 업계의 대응이 패착이었다는 의견도 보였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의 단초는 게임사의 소통 역량 부재였지만,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아이템 확률 영업비밀론’, 온라인쇼핑협회의 게임법 개정안 반대 성명이 여론을 크게 악화시킨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에 적극 나서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위 회장은 “영업비밀이라며 숨겼던 부분을 넥슨이 공개하면서, 앞으로는 게임법 개정안 통과 여부와 관계 없이 넷마블·엔씨소프트에 이어 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펄어비스 등도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유저, 확률 정보 투명하게 알 수 있어야”

토론회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유튜브 위정현 학회장 채널 캡처

정부도 지금이 게임법을 개정해야 할 적기로 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박승범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며 “게임사가 귀를 기울여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과장은 “게임산업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핵심은 ‘건전한 게임문화 확산’과 ‘이용자 보호환경 마련’이다”라며 “최근 확률형 아이템이 있는 게임을 사행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논의도 나오는 실정이다. 자율규제 문제점이 명확하게 드러난 만큼 법령으로 확률 표시 의무 등을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관련 논의는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도 유저들이 즐기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입법 과정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에만 의존한 비즈니스 모델 넘어서서 다양한 게임 출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임 이용자 대표로 참석한 넥슨 마비노기 유저 이재원 씨는 “현재 확률 공개가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지만, 유저 입장에서는 그 다음 단계가 중요하다”며 “자신이 사용한 금액에 걸맞은 보상이 주어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게임사가 이용약관을 불공정하게 작성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게임 내에서 유저가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가 약관 상에서는 ‘임대’하는 형식으로 돼 있어, 게임사가 아이템의 성능을 낮춰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앞으로는 임대가 아닌 소유하는 식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정석희 협회장도 “유저들이 금액을 지불한 만큼 만족감을 얻어야 한다”며 “확률형 아이템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재미 요소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토론회는 국회 콘텐츠미래융합포럼 및 더불어민주당 유동수·이상헌·전용기 의원, 국민의 힘 김승수·윤희숙·하태경(이상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했다. 주최 측은 이날 게임사 관계자도 초청했으나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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