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PC MMORPG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트럭시위를 진행했을 당시 모습. / 사진=이코리아

넥슨 PC MMORPG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환생의 불꽃’ 이슈 이후, ‘큐브’ 확률도 유저들이 예상하지 못할 방식으로 설계된 사실이 밝혀진 것.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를 ‘사기도박’에 빗대며 이번 사태를 법정에서 매듭지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유저들 “큐브는 ‘잭팟 없는 슬롯머신’”

메이플스토리 사설 커뮤니티를 11일 살펴보니, 환생의 불꽃에서 촉발된 확률 조작 논란이 큐브로 옮겨가는 모양새였다. 큐브는 게임 내 장비의 옵션을 변경하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인데, 넥슨은 지난 5일 큐브 사용 시 특정 옵션 조합이 나타나지 않도록 의도했다고 밝혔다.

유저들은 이 같은 넥슨의 행태가 소비자 기만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큐브는 게임을 유리하게 진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옵션을 장비에 3개까지 부여한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 ‘몬스터 방어율 무시 +%’ 두 종류의 가치를 우선시하며, 해당 옵션 3개가 중복될 때까지 큐브를 사용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넥슨에 따르면 두 옵션은 2개까지 밖에 중복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큐브를 여러 차례 사용해도 보스 몬스터 공격 시 데미지 +% 옵션은 3개가 설정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안내가 큐브 출시 약 10년 만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큐브는 2011년 8월 게임에 추가됐으며, 그간 유저들은 특정 옵션에 중복 최대치가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넥슨 공지 이후 유저들은 큐브를 두고 ‘사기도박’ ‘잭팟이 터지지 않는 슬롯머신’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부 유저들은 이번 사건이 환생의 불꽃 이슈보다 중대한 사안인 탓에 소송도 준비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유저들이 넥슨에 속아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넥슨은 특정 옵션이 3개까지 설정되지 않게 설계한 배경에 대해 “처음 추가될 당시 보스 사냥이나, 아이템 획득의 밸런스 기준점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넥슨 “4월 간담회 준비 중”, ‘참석자 선정 기준’은 논란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유저 간담회를 오는 4월 11일 개최할 예정이다. 신뢰 회복을 위한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다. 참석자는 게임 내 상위 랭커 7명, 인벤·디시인사이드·네이버카페 등 각 사설 커뮤니티 회원 1명씩이다. 트럭시위에 동참하며 목소리를 냈던 여성시대는 제외됐다.

유저들은 넥슨의 ‘참석자 선정 기준’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설 커뮤니티 회원들이 모여 문제 제기를 한 만큼, 참석자는 이들의 대표 격인 ‘총대’들이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넥슨은 모든 유저들의 대표성을 지닌 이들과 만나 갈등을 풀겠다는 방침이다. 사설 커뮤니티 회원들이 주축인 총대들은 해당 커뮤니티 대표일뿐, 전체 유저를 대변하는 역할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저들은 해당 간담회와 별도로, 직접 넥슨 관계자를 초청해 입장을 전하는 자리를 오는 14일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유저들은 메이플스토리 강원기 디렉터 및 기획팀장,넥슨코리아 커뮤니케이션 본부장 등에 초청장을 보냈다.

넥슨은 유저 주최 간담회에는 응하지 않을 계획이다. 넥슨 관계자는 11일 유저 주최 간담회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4월 11일 열 분의 유저를 모시는 공식적인 자리를 준비 중이며, 보다 많은 유저분들이 함꼐하실 수 있도록 실시간 스트리밍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커뮤니티, 공식 게시판 등 여러 채널로 보내 주시는 유저분들의 목소리에 세심하게 귀기울이고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만족스러운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국회 이상헌·전용기·하태경 등 의원들은 이번 사태로 게임사와 소비자 간 불공정거래의 민낯이 밝혀졌다고 보고, 게임법(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법률) 전부개정안의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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