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스코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핵심 안건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에 대한 각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정계·노조·시민단체와 외국인 지분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중립’ 입장을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 국민연금, 고심 끝 ‘중립’ 의견

앞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9일 회의를 열고 최 회장의 연임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중립’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수탁위는 “신중한 논의 끝에, 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확한 반대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산업재해에 대해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관련 법 제정 등을 고려하여 찬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중립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탁자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 ▲당해회사 또는 계열회사 재직시 명백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한 자의 이사 재·선임을 반대할 수 있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도 최 회장 취임 이후 산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을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시 의무 소홀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산재 사고에 대한 경영자의 책임을 물어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시 의무에 소홀했다고 보기에는 지침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지침에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등과 관련하여 예상하지 못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발생한 경우 수탁자 책임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경영자의 ESG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환경오염과 산재사고, 내부정보를 이용한 자사주 매입 의혹 등 최 회장을 향한 비판은 모두 ESG와 연관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이 국민연금의 연임 반대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지침의 구체성이 부족하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금속노조는 9일 서울 중구 카톨릭회관에서 포스코 규탄대회를 열고 최정우 회장의 연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참여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금속노조는 9일 서울 중구 카톨릭회관에서 포스코 규탄대회를 열고 최정우 회장의 연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사진=참여연대

◇ 시민단체·노조 "국민연금 판단에 실망"

국민연금이 고심 끝에 ‘중립’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내놓자 시민단체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참여연대, 기후위기비상행동, 전국금속노동조합 등은 서울 중구 카톨릭회관에서 포스코 규탄대회를 열고 포스코를 “기후 악당, 노동 악당, 인권 악당”이라고 비판하며, 최 회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최정우 회장의 비상경영으로 하청 노동자가 3년간 15% 인원감축 당해 지금 현장에는 2인 1조 작업, 표준작업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죽음의 외주화, 살인기업이라 불리는 포스코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 불법과 불신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최정우 회장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연임안에 대해 ‘중립’ 입장을 발표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포스코는 공공성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은 산업재해나 환경오염, 그리고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더욱 강하게 물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국민연금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들 이사들에 대한 연임 반대의결권을 행사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필요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하여 공익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최근 10년 간 포스코 이사회의 중요 의결사항을 살펴본 결과 (지역 환경오염, 직업병, 산업재해와) 관련된 이사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는 위법행위에 대한 감시의무 위반으로 이사회의 책임 방기이자 의무불이행”이라며 “그러나 국민연금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정우 회장 연임에 중립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지적했다. 

◇ 해외 자문사 '찬성', 연임에 힘 실릴까?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내일 열릴 주총에서 최 회장의 연임이 확정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국민연금이 ‘중립’에 서기로 한 데다, 외국인 지분의 향방을 결정할 글로벌 자문사들이 최 회장 연임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글래스루이스와 ISS는 최근 최 회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 주주가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연임안에 찬성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지분의 대부분은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따른다. 이 때문에, 포스코 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이상 글로벌 자문사의 찬성 의견은 최 회장 연임의 청신호와 다름없다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포스코는 1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의 연임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최 회장이 외풍을 가라앉히고 두 번째 임기를 순조롭게 시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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