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리딩방을 홍보하는 문자 메시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주식 리딩방을 홍보하는 문자 메시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코로나19 이후 주식투자에 입문한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상대로 한 ‘주식 리딩방’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구멍 난 규제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소비자상담 통합콜센터인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주식 리딩방 피해 상담 건수는 지난해 4분기 기준 5659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81.3%나 증가했다. 올해 1월에도 상담 건수도 전년 동기보다 144% 증가한 2025건으로 증가세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리딩방은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주식 종목을 추천해주는 회원제 대화방을 말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추천해주는 종목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회원을 모집한 뒤 회원비를 챙기고 있다. 특히 이용료에 따라 제공하는 정보가 달라진다며 더 많은 돈을 내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접수된 주식 리딩방 피해 구제 신청 중 이용료가 확인된 2610건의 1인당 평균 이용료는 373만원으로 집계됐다. 1000만원 이상을 낸 경우도 56건이나 있었으며, 3600만원의 이용료를 지급한 피해자도 있었다. 

문제는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 전문성이 없는 유사투자자문업자라는 사실이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 조언을 하는 대가로 수익을 얻는 업종으로, 등록 대상인 투자자문업과는 달리 전문성이 없더라도 금융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 제도권 금융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을 적용받지도 않고, 금융당국의 감독도 제한적이다. 

이러다보니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수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영업신고한 유사투자자문업자 수는 지난해 6월말 기준 1841곳이었으며 최근까지 489곳이 늘어났다. 

전문성 없는 유사투자자문업자가 급증하다보니 수익을 기대하고 리딩방에 가입했다가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회비만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리딩방에 가입했다고 밝힌 한 개인투자자는 "한 달에 30만원을 내고 리딩방에 가입했는데, 매수 신호를 줘도 이미 주가가 상승해 사지도 못하는 일이 많다"며 "전일 시외가를 보고 찍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서비스에 실망해 환불을 요구해도 낸 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한 리딩방 운영자는 500만원의 이용료를 낸 투자자가 해지를 요구하자 이용료 및 별도 프로그램 비용이 495만원이라며 환불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업자가 특정 종목을 매입한 뒤 회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거나 회원의 계좌를 직접 운용하다가 원금을 날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하지만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감원의 분쟁조정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회원비를 돌려받거나 손실을 보상받는 것은 민사소송이나 한국소비자원 민원 제기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리딩방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금융당국도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2018년 262곳, 2019년 314곳, 2020년 351곳 등 유사투자자문업자 영업실태 점검대상의 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49곳의 불법행위를 적발해 수사기관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업실태 점검만으로 난립한 리딩방을 모두 감시하기는 역부족이다. 특히 일제점검에 비해 적발률이 높은 암행점검의 대상업자 수는 2018년 25곳에서 지난해 6곳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암행점검은 금감원 직원이 직접 회원으로 가입해 불법행위 여부를 적발하는 방식이다. 암행점검은 적발률이 높지만 일제점검에 비해 시간과 인력이 많이 드는 데다, 가입절차를 까다롭게 바꿔 대응하는 업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점검대상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와 금융당국도 유사투자자문업 규제안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병욱·이정문 의원과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12월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유사투자자문업자에게도 신고 요건으로 자기자본 1억원 등의 기준을 적용하고, 금융 관련 위법 전력 검토 및 부당광고 규제, 청약철회권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또한 지난해 10월 집중 점검 및 신고서식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신고제로 운영되는 유사투자자문업에 대대적인 칼질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해 12월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은 자본시장에서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금융감독당국은 유사투자자문업을 폐지하든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형구 금소연 사무처장은 “신고만 하면 누구나 유사투자자문업을 할 수 있게 한 금융당국이 소비자 피해 구제는 민법이나 한국소비자원의 조정에 맡긴 것은 그 책임을 해태한 것”이라며 “모든 소비자 피해의 책임은 금융당국이 져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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