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우리금융 자추위가 권광석 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4대 시중은행의 인사가 마무리됐다. 사진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4일 우리금융 자추위가 권광석 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4대 시중은행의 인사가 마무리됐다. 사진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우리은행을 마지막으로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은행장 인사를 마무리했다.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기존 행장의 연임을 선택해 변화보다 안정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 KB·신한·우리, 연임 통해 불확실성 해소

앞서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일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차기 행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이로서 국내 4대 시중은행(신한·우리·하나·KB) 중 하나은행을 제외한 3곳이 모두 교체 없이 기존 행장의 연임을 결정하게 됐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각각 허인 행장과 진옥동 행장의 연임을 확정했으며, 하나은행은 지난달 지성규 행장의 후임으로 박성호 부행장을 낙점했다.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에 대응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빅테크와의 경쟁을 대비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등 시급한 과제가 산적한 만큼 리더십 교체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최근 은행권 인사 기조는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실제 4대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8% 가량 감소했는데, 불확실성에 대비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선전한 셈이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 사태가 종식 단계로 접어들면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4대 은행은 지난해 코로나 위기를 잘 관리한 리더십을 교체하기 보다는 계속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하나은행은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리더십 교체를 선택했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행장으로 추천된 박성호 부행장은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은행장, 하나은행 자산관리그룹 부행장,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 사장 등을 거친 ‘정통 하나맨’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기간이 오래된 만큼 임기 동안 무난한 리더십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 신한·하나, 제재 리스크에 상반된 대응

4대 은행 인사 기조는 비슷해 보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차이점도 보인다. '사모펀드 무풍지대'로 불리며 부담 없이 인사를 마무리한 KB국민은행과 달리, 나머지 3곳은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제재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다.

신한·우리은행은 라임 펀드와 관련해 오는 18일 제재심을 앞두고 있다. 라임·옵티머스·독일헤리티지·디스커버리·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를 판매한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도 오는 2분기 중 열릴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제재심을 앞둔 지성규 행장을 별다른 리스크가 없는 박성호 부행장으로 교체하면서 불확실성을 제거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 차기 지주사 회장 후보들이 법적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김정태 현 회장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만큼 은행 인사에서도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을 선택한 것.

반면 신한은행의 경우 라임 펀드 관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진옥동 행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진 행장은 최근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았는데, 징계가 확정되면 향후 금융권 취업이 3년간 제한된다. 행정 소송을 통해 이의제기할 수 있지만 금융당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은 남는다. 신한금융으로서는 진 행장의 징계 리스크보다 리더십과 조직 안정을 중시한 결정을 내린 셈. 실제 진 행장은 ‘2+1’이 일반적인 은행권 인사 관행과 달리 2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한편,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사모펀드 사태와는 관련이 없지만, 이번 연임을 두고 전혀 잡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채용비리 사태 관련 법원 판결문에 2017년 우리은행에 부정 입사한 조모씨의 청탁자로 권 행장의 이름이 기재돼있기 때문.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자진퇴사하지 않은 부정입사자 8명을 모두 퇴사시켰지만, 채용비리 사태의 얼룩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는 비판이 다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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