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게임 소비자 권리 보호에 나섰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 조작’ ‘게임사 직원 권한 남용’ 등 논란이 불거지면서 규제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용기“게임사, 랜덤박스 BM 안버리면 도태될 것”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지난 2일 넥슨코리아 본사에 방문해 관계자들에게 질의하는 모습. / 사진=전용기 의원실 블로그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2일 넥슨코리아 본사에 방문해 게임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지난달 수면 위로 떠오른 MMORPG 메이플스토리 ‘환생의 불꽃’ ‘어빌리티’ 확률 조작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다.

현재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내 아이템인 ‘환생의 불꽃’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환생의 불꽃은 메이플스토리 내에서 장비에 일정 확률로 추가옵션을 부여하는 아이템이다. 그간 추가옵션 부여 확률은 ‘무작위’로 표기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일정 확률’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전 의원은 넥슨에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용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넥슨은 “내부적으로 이용자들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전 의원은 “게임사들의 이용자 보호가 미흡하다”며 “게임산업이 지속성장을 유지하려면 게임사와 이용자 간 신뢰 구축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게임사는 ‘확률’이라는 주장만 반복하며 신뢰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또 “게임사 입장에서 확률형 아이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지만, 이러한 수익 모델을 버리지 않으면 국내 게임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게임사 직원의 권한 남용’ 사건을 문제 삼기도 했다. 지난해 게임업계에서는 ▲넥슨 자회사 네오플 직원이 ‘던전앤파이터’ 내 재화를 생성하고 판매한 사건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에서는 직원이 게임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해도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캐릭터 변경권 등 특혜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전 의원은 “운영자의 부당 개입은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구조”라며 “넥슨·넷마블·펄어비스 등 각종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밝혀지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사 직원의 권한 남용을 게임법(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상 금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 하태경 ”확률 조작 의혹, 공정위 조사 나서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지난 2일 게임사들의 확률 조작 의혹을 거론하며, 공정거래위원회 개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 사진=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엔씨소프트 리니지 시리즈 ▲넥슨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마비노기 ▲넷마블 모두의 마블 등 게임을 ‘확률 장사 5대 악 게임’으로 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게임사와 소비자 간 불공정 거래 문제에는 전자상거래법 상 제재 권한을 가진 공정위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넥슨 메이플스토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명 게임에서 확률을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나온다”며 “게임사들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확률을 자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소비자를 쉽게 속이기 위한 의도적인 알리바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운운하면서 숫자를 속이는 것은 여러 사기 중에서도 가장 악질”이라며 “정황이 드러나자 오류였다며 발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2019년 라이엇게임즈 MOBA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리그에서 벌어진 프로팀과 프로게이머 간 ‘불공정계약’ 실태 해결에 앞장 서기도 했다. 당시 ‘카나비 사건’을 조명하며 e스포츠업계에 표준계약서 도입 등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상헌 “게임법 개정안 반드시 통과돼야”

넥슨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넥슨코리아 본사와 국회의사당 등에서 트럭시위를 전개했다. / 사진=이코리아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 역시 게임 이용자들의 권리 확보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 의원은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매크로 단속’ ‘이용자 건의 처리일정 사전 고지’ 등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넥슨이 게이머들에게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었던 탓에 게이머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꼴만 됐다”며 “의원실과 넥슨 모두 이용자들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사실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넥슨과 질의응답을 나눴다. 그 결과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내 ‘큐브’ 확률 공개 등 조치를 약속했다. 다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 의원실은 추가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게임법 전부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며 “더이상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게임법 개정안 통과 시 ‘산업 발전 저해’ 우려도 있어

국회에서는 게임법 개정안 통과에 긍정하는 시각이 주류지만,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 조항에 대한 현장 이견이 많은데, 법률 심사 과정에서 심도 깊게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은 청소년들 사이에 사행성을 조장하고, 재산 피해를 일으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반대로 업계에서는 소비자 보호 장치가 과도할 경우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게임법이 국내외 게임사들을 동등하게 규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해외 게임사에는 행정력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게임법 개정이 국내 게임사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규제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법 개정을 통해 규제 권한을 강화하는 데 활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에는 게임에 대한 이용자들의 과금은 ‘본인 선택’이라는 미명 하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게임사와 이용자 간 불공정거래 및 직원 권한 남용 문제가 대두되면서, 소비자 권리 보호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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