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생강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고등학교 때 문학 수업에 배운 소설 중 김유정 작가의 동백꽃은 어른이 된 아직도 기억이 난다. 사춘기의 시골 소년과 ‘점순이’라는 소녀의 순수하고 예쁜 사랑이 그 시절 사춘기였던 나에게도 많은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의 제목이자 결말에 나오는 ‘동백꽃’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백나무’의 꽃이 아니라 ‘생강나무’의 꽃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강원도 춘천 지역은 추위에 약한 ‘동백나무’가 살 수 없으며, 소설에 표현된 노란색 꽃은 붉은 동백나무 꽃이 아닌 노란 생강나무 꽃을 표현한 것이다. 또, 생강나무는 강원도 지역에서 ‘동백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아마 이런 연유에서 ‘동백꽃’ 소설에서는 생강나무가 아닌 ‘동백꽃’으로 표현되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은 향기로운 매력을 가진 ‘생강나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생강나무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생강나무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생강나무는 잎과 줄기를 꺾으면 알싸한 생강 향기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차나무과의 동백나무와 녹나무과의 생강나무는 유전적으로는 매우 다른 나무인데 같은 이름으로 불렸다는 것이 신기하다.

생강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꽃나무 중 하나로 이른 봄 3월~4월 노란색의 작고 앙증맞은 꽃뭉치가 잎보다 먼저 가지 끝에 달린다. 손톱보다 작은 생강나무의 꽃 하나를 자세히 살펴보면 꽃잎이 6장씩 달리고 꽃받침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위에 3장은 꽃잎, 아래 3장은 꽃받침으로 꽃잎과 꽃받침이 같은 형태를 띠고 있어 나타나는 특징이다. 수술은 9개로 3개씩 삼각형 배치를 이루며 정교하게 달려있는 모양이 매우 독특하다. 꽃의 모양에서 수학적 기교가 담겨있다고 생각하니 매우 신기하고 절묘하다는 느낌이 든다.

생강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은행나무처럼 암꽃과 수꽃이 따로 달린다. 가을에는 암꽃이 피는 나무에 새까맣고 동글한 열매가 달리는데, 예전에는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동백나무의 열매도 예전에 머릿기름으로 이용했는데, 이러한 연유에서 강원도 지역에서는 생각나무를 동백나무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강나무 열매(미성숙).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생강나무 열매(미성숙).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생강나무와 친척관계에 있는 나무 중 ‘비목나무’가 있다. 비목나무는 생강나무에 비해 추위에 약해서 중부이남 지역에 분포하는 우리나무이다. 비목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비목[碑木]’이라는 유명한 가곡이 연상된다. 우리 민족의 아픔이 담긴 6.25전쟁에서 무명용사의 돌무덤과 유품을 보면서 지은 시에 노래를 담은 것인데, 여기서 비목은 나무로 만든 묘비라는 뜻이다. ‘비목나무’라는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한 가지 설로는 ‘비목나무’의 목재가 재질이 치밀하고 갈라지지 않아서 무덤의 비로 활용했다는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비목’의 가곡과 무관하지 않은 나무라는 생각이 든다.

‘비목나무’도 생강나무와 마찬가지로 잎과 나무에 생강냄새와는 조금 다르지만 알싸한 향기가 있다. 또한, 봄에 노란색 꽃이 피는 것도 닮아있다. 하지만 비목나무는 키가 작은 생강나무와는 다르게 키큰나무의 특성을 갖고 있어 숲의 상층부를 담당하고, 가을철 맺는 열매의 색깔은 붉은색으로 검정색인 생강나무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비목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비목나무 꽃.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비목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비목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생강나무와 비슷하게 키가 작고 검은색 열매 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잎 모양이 다른 감태나무가 있다. 감태나무는 ‘백동백나무’라고도 부르는 나무로 일본에서는 과거 흉년이 들 때 잎을 가루로 만들어 곡식과 혼식했었다고 한다. 감태나무는 겨울에 잎이 지는 낙엽활엽수인데 가을철 마른 잎이 겨울에도 가지에 오랫동안 달려있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감태나무의 잎은 꼭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처럼 표면에 광택이 나고 두꺼운 촉감이 특징이다. 감태나무는 산에서 등산로 주위나 계곡 주변 등 햇빛이 충분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그늘에서는 살아남지 못하는 ‘양수’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숲이 울창해지면서 숲 바닥에 들어오는 빛이 줄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내어주는 나무인 것이다

감태나무의 잎과 열매(미성숙).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감태나무의 잎과 열매(미성숙).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감태나무의 겨울철 모습.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감태나무의 겨울철 모습.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생강나무, 비목나무, 감태나무는 우리 숲을 구성하고 오랜 세월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 해온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나무의 향기 속에 담긴 기능성 물질은 머릿기름, 향신료 등으로 활용되었으며 미래의 기능성 소재로의 활용가치도 높다. 또한, 소설 속의 아름다운 배경을 담당했을 만큼 나무들의 꽃과 잎, 열매는 조경수, 정원수로써 우리나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봄, 산길 속에서 생강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정겨움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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