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밥과 싸운다.
밥은 나를 배부르게 하며
밥은 나를 자라게 하며
밥은 나를 노래하게 하며
밥은 나를 움직이게 하며
밥은 나를 사랑하게 하지만
나는 밥을 볼 때마다
내가 왜 배부르며
내가 왜 자라며
내가 왜 뜨거우며
내가 왜 노래하며
내가 왜 움직이며
내가 왜 사랑해야 하는지
한 그릇에 숨어 있는
밥알만큼의 의문에 배고픔을 느낀다.
밥 먹듯이 밥 먹듯이
내가 밥을 먹듯이
밥이 나를 먹는다.
먹는 것은 사는 것입니다. 사는 것은 생명을 기르는 것입니다. 생명을 기르는 것은 왜 사는지 물어보는 과정입니다.
살기 위해 먹지만, 왜 먹는지를 망각할 때, ‘밥과 싸’움을 멈출 때. 먹는 것이 우리를 먹어버립니다. 우리는 먹기 위해 살게 됩니다.
‘한 그릇에 숨어 있는 / 밥알만큼의 의문에 배고픔을 느낀다. // 밥 먹듯이 밥 먹듯이 /
내가 밥을 먹듯이 / 밥이 나를 먹는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용국(시인)
kntimes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