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55*25*19cm. 나무. 정보균
말. 55*25*19cm. 나무. 정보균

 

마馬 선생의 데면데면한 
집들이 청에 

하릴없이 갔었다.
 
아담한 열여덟 평짜리 
아파트 2층의 
신혼 방에 
아직도 서툰 신부의 
음식 솜씨가 차려지고 
우리는 소주와 화투장을 
돌리면서 흥겨웠다.
 
조금 취하거나 혹은 
많이 취해서 
온 길을 다시 가거나 
남거나 했고 
나는 급하게 마셨지만 
급하게 취하지 않았다.

몇 해 신혼을 넘은 살림에도 
내 작아지기만 하는 
방 하나 부엌 반절의 전세방 
다음 해 봄은 
어디로 이사 가지 
집주인 여자의 성화를 
걱정하면서 
아내와 머리를 맞대고 
밤을 쫓으면 
혼자 다리 펴고 잠드는 
생후 12개월의 자식 

나는 마馬 선생의 
탄탄한 아파트 집들이에
돌아오면서 
내 탄탄치 않은 집을 보았다 
내 가난이 무력함이 
열등감이 나를 
흔들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다 
나는 알았다 
그 탄탄치 않음의 힘 
가난과 무력함과 
열등감의 힘 그리하여 
나는 끝없이 흔들리게 
하는 힘이 
내 시라는 걸 알았다, 
내 자랑임을 알았다. 

아주 먼 나의 옛날얘기입니다.

처음 취직하고 한두 달이 지났을 것입니다. 동료 선생님들에 신상을 거의 모를 때였지요. 한 분이 집들이를 했습니다. 집들이의 행사가 그렇듯이 집을 구경하고 술을 한잔하고 화투를 하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나는 화투에 끼어들지 않은 몇몇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집에 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선생님들은 그렇다 치고 내 또래의 선생님들도 대부분 자신의 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내가 집이 없으니 다른 선생님들도 집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내가 가난하니 다른 선생님들도 나처럼 가난할 것이라 생각했지요. ― 동료 선생님들은 나처럼 집이 없고 가난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내가 정말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알았다 / 그 탄탄치 않음의 힘 / 가난과 무력함과 / 열등감의 힘 그리하여 / 나는 끝없이 흔들리게 / 하는 힘이 / 내 시라는 걸 알았다, / 내 자랑임을 알았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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