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통합 이후 항공권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운임상한제가 있어 통합 항공사가 가격을 인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항공권 가격은 운임 상한의 30% 수준에 불과해 운임 상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실에 따르면 양대 항공사 통합에 따라 독과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주 5개 노선을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 항공권 최저가는 국토부가 정한 운임 상한의 31~42%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율이 대한항공 64%, 아시아나항공 36%인 인천~뉴욕 노선은 이코노미 기준 운임 상한이 476만9천원인데, 이달 21일 기준 최저가는 170만600원이다.

△인천~LA는 운임 상한 349만2천원에 최저가 140만600원 △인천~시애틀은 349만2천200원에 109만600원 △인천~애틀랜타는 476만9천원에 200만6천900원 △인천~시카고는 460만5천700원에 155만6천900원이다.

또한 인천~시애틀·애틀랜타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이 미국 델타항공과 사실상 한 항공사와 같이 운영되는 조인트 벤처(JV)를 맺었기 때문에 100% 독점이라고 봐야한다는 의견이 있고, 이는 실제로 미국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사들은 일반적으로 정가를 운임 상한에 가깝게 책정하고 각종 할인가를 적용해 항공권을 판매한다.

운임 상한이 실제 항공권 가격보다 3배가량 높기 때문에 운임 상한제가 항공사가 가격을 인상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대한항공이 할인율과 구간별 좌석 수 조정을 통해 운임 인상을 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미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추가 요금을 내고 비상구 좌석 등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석 차등 요금제를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차등제를 통해 사실상 운임을 인상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울러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맺은 투자합의서에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산은이 지분을 매각한 이후에는 이러한 '안전장치'가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통합 항공사 출범 후 2년 뒤 한진칼 지분 매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상혁 의원실의 이번 가격 분석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많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일부 미주노선에 대한 것으로, 통합시 독과점 노선이 32개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많은 노선에서 운임 상승 효과가 생길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박상혁 의원은 지난 2월 22일 국토교통부 국회 업무보고에서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여 시장가격 모니터링을 진행하겠다는 장관의 답변을 받아냈다.

국토부는 대한항공의 기습적인 운임 인상에 대비하기 위해 노선, 시기, 항공사별 실시간 시장운임 동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국제선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의원실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독과점 노선에서 대한항공이 사실상 가격결정권을 가지는 셈”이라며 “운임 상한제만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하므로 국토부 차원의 시장가격 조사·분석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계속해서 점검하고 입법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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