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권희백 대표이사. 사진=한화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권희백 대표이사. 사진=한화투자증권

오는 3월 임기가 종료되는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연임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취임 후 꾸준히 흑자 기조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올리는 가운데 오히려 역성장을 기록한 점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99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지난 3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1118억원)보다 10.6% 감소한 것으로, 당기순이익 또한 전년(985억원) 대비 31.9% 하락한 671억원에 그쳤다.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부진이 더욱 뼈아픈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상승장을 맞아 높은 실적을 기록한 다른 증권사들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실제 미래에셋대우(8183억원), NH투자증권(5769억원), 삼성증권(5076억원) 등은 모두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난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증권사 최초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역대급 상승장과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인해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하는 동안 한화투자증권은 역주행을 한 셈이다.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중 실적이 하락한 곳은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하면 SK증권(순이익 129억원, 전년 대비 -58.8%) 정도다.

한화투자증권의 역주행은 기업금융(IB)과 트레이딩 부문의 부진 때문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로 인해 주가연계증권(ELS) 조기상환이 지연되면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여파로 361억원의 손실을 냈다. WM(리테일) 부문 수익이 늘면서 2~4분기 다시 흑자를 기록했지만 1분기의 손실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1988년 한화투자증권에 입사해 리스크관리, 자산운용, 기획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맡아온 권 사장은 2017년 7월 최초의 공채 출신 CEO로 취임했다. 2016년 160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한화투자증권은 권 사장 취임 첫해인 2017년 당기순이익 541억원으로 흑자 전환한 뒤 2018년 724억원, 2019년 985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이어왔다. 

취임 후 3년간 흑자를 이어온 권희백 사장으로서는 연임을 앞두고 실적 부진에 빠졌다는 점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특히 2019년 2월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한 배경에 ‘실적 개선’이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만 지난해를 제외하면 권 사장이 꾸준히 좋은 실적을 기록해온 데다, 최근 실적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실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3일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의 6.15%(206만9450주, 583억원)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또한 지난 19일에는 자회사 데이터애널리틱스랩 지분을 모두 한화생명에 매각하며 내실을 다졌다. 

지난 2000년 이후 한화투자증권 대표 8명 중 임기 3년을 넘긴 인물은 진영욱·진수형 전 대표 두 명 뿐이다. 권희백 사장이 지난해의 부진을 딛고 ‘장수 CEO’로 자래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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