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주가가 LG화학과의 배터리 소송전 패배 여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이른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일 대비 2.64% 오른 29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패소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10일 29만6500원에서 패소 이후 첫 거래일인 15일 28만4000원으로 4.22% 하락했지만, 16일부터 반등을 시작해 설 연휴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셈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 회복의 배경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5~16일 이틀간 SK이노베이션 주식을 784억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2월 들어 지난 8일까지 1508억원을 순매도했으나, 패소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9일부터 ‘사자’로 입장을 바꿨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이틀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6위에 올랐다.

반면 기관 및 개인투자자는 15~16일 SK이노베이션 주식을 각각 717억원, 193억원 순매도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예상과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배터리 소송전에서의 패배가 악재인 것은 맞지만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LG화학과의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소송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합의 방식이나 규모가 아직 미정인 상황에서 섣부르게 투자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단기적인 우려일 뿐 중장기 사업의 영속성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라며 “올해 자회사 상장, 기존 사업 매각 등으로 유입될 현금으로 합의안 도출이 가능할 전망이기 때문에 주가 조정 시 매수기회로 삼길 추천한다”고 밝혔다.

반면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는 주가 향방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사 합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향후 합의금 규모에 따라 재무 및 신용등급 변동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이어 “문제는 합의금 규모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관건”이라며 “합의가 지연된다면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 증가와 수주 약화로 사업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요구하는 합의금은 약 3조원 내외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이 수천억원대를 주장하고 있어 격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준 이상 SK이노베이션의 예상보다 합의금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황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중 SKIET(아이이테크놀로지)의 상장과 윤활기유 사업 지분 매각, 페루 광구 매각 등으로 2~3조원의 현금성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EV용 2차전지 공장의 공격적인 건설 계획으로 연간 설비투자(CAPEX)가 4조원 남짓 필요해 LG화학과의 합의금 규모, 지불 방법에 따라 재무적 불확실성 증가 및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저유가 등의 영향으로 2조568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배터리 사업부문의 매출이 성장하고 있지만, 3조원 수준의 합의금 부담이 더해질 경우 예상보다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소송 및 제반 절차를 통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합의 경과에 따라 투자자들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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