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비트코인 가격 추이. 자료=코인마켓캡

테슬라의 대규모 투자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격하게 치솟고 있다. 빅테크와 금융계 큰 손들의 비트코인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디지털 자산의 변동성이 증시에 전염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1월, 현금 수익의 다양화 및 극대화를 위해 유연성을 제공해 줄 투자정책을 업데이트했다”며 “이 정책에 따라 15억 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또한 “가까운 장래에 자사 제품에 대한 결제 수단으로서 비트코인을 받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슬라의 발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발표 직전 3만8000달러대를 횡보 중이던 비트코인은 발표 이후 급등하기 시작해 14일 한때 4만9000달러를 넘어 5만 달러 돌파를 눈 앞에 두기도 했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5일 오전 11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4만6475달러로 시가총액이 무려 88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테슬라의 시총(7834억 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다음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에 이어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비트코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캐나다 투자은행 RBC캐피털마켓은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향후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13일에는 가상자산 결제서비스업체 ‘비트페이’가 출시한 비트코인 선불신용카드가 애플페이에 탑재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빅테크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금융사들도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미국 뱅크오브뉴욕(BNY)멜론 은행은 지난 11일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가상자산에 대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13일에는 자산운용사 ‘모건스탠리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비트코인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블룸버그를 통해 보도됐다. 

상승하는 비트코인에 올라타려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암호화폐 투자가 자칫 증시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빈 브라운 리버풀대학 금융기술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호주의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테슬라의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일반적인 자금 운용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고 평가하며, “비트코인은 매우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지난해 3월에는 4000달러 아래로 떨어졌으며, 올해 들어서도 30% 가량 급락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테슬라는 현금 준비금의 약 8%를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도 이를 따라한다면 거의 70억 달러의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비트코인 시가 총액의 1%도 안 되지만, 다른 기업과 개인투자자에게 시그널을 보내 지금보다 더한 강세장을 유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브라운 교수의 예상대로 ‘큰 손’의 투자가 이어져 비트코인 가격이 더욱 오른다면, 투자한 기업으로서는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비중을 더욱 확대하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 실제 브라운 교수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할당한 ‘8%’는 이미 ‘12%’까지 늘어났을 수도 있다. 전기차 결제대금으로 받을 비트코인까지 고려하면 비트코인 비중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기업의 비트코인 투자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질수록, 기업 실적과 비트코인 가격이 연동되는 경향도 강화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이 주식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브라운 교수는 “테슬라 주가는 비트코인 투자 소식이 알려진 뒤 2% 상승했으나, 곧 5% 하락했다. 캐나다 IT기업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가는 지난해 비트코인 ‘몰빵’ 투자 덕분에 10배나 올랐지만, 테슬라 발표 이후 4분의 1 가량 다시 하락했다”며 “이는 향후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며, 비트코인 강세장이 끝나게 된다면 급락할 우려도 있다. 투자자들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한다면 재무건전성에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넘어선다면, 당국이 기업의 디지털 자산 투자 비중을 제한하는 규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규제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에 전례 없는 매도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