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도동항 절벽의 향나무 군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울릉도 도동항 절벽의 향나무 군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아름다운 꽃을 받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진다. 꽃의 화려한 색깔과 더불어 향기로운 꽃내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꽃처럼 매력적인 향기를 가진 나무가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향나무이다.

향나무는 나무 속에 있는 조각(심재, 心材)을 제사용 향료의 재료로 사용한 데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향나무는 우리 주변의 조경수나 가로수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나무이다. 또한, 서울 창덕궁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94호), 전남 순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천연기념물 제 88호) 등 수백년 동안의 역사와 함께 멋진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켜준 향나무를 보고 있으면 경이롭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에서 자라는 향나무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귀한 향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우리나라 동쪽에 있는 울릉도이다.

울릉도의 향나무는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깎아지는 절벽의 험준한 곳에 분포하고 있다. 울릉도의 향나무 군락은 보존가치가 높아 울릉 통구미 향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제48호)와 대풍감 향나무 자생지(천연기념물 제49호)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가파른 절벽은 사람들의 훼손으로부터는 안전할지 모르나 나무들이 자라기에는 열악한 곳이다. 바위가 많고 흙이 거의 없어 양분이 부족하고 비가 내리더라도 수분을 오랫동안 머금을 수 없어 건조해지기 쉽다. 더군다나 이곳은 바닷가에 있어 소금기가 많은 바람이 불어와 웬만한 나무들은 물이 부족하여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울릉도의 향나무들은 수천년을 견디면서 현재까지 멋진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한라산 능선 지역의 눈향나무 군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한라산 능선 지역의 눈향나무 군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한라산 눈향남의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한라산 눈향나무의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향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땅바닥에 누워 자라는 모습 때문에 누운향나무라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진 눈향나무가 있다. 눈향나무도 향나무만큼이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우리 나무이다. 눈향나무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은 제주도에 위치한 한라산 지역이다.

탐방로를 따라 한라산을 오르다 보면 1,000m 이상의 지역에서 저 멀리 지면을 덮고 있는 연녹색의 융단 같은 눈향나무를 볼 수 있다. 가까이서 살펴보면 눈향나무도 향나무처럼 기왓장처럼 겹겹이 쌓인 모양의 잎을 가지고 있지만 강한 바람에 적응하여 살아남은 까닭인지 땅과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눈향나무는 산의 능선과 정상 부위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아고산 침엽수종이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따라 서식지 환경이 악화되면서 우리 숲에서 사라질 위협에 놓여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위험에 처한 눈향나무에 대한 DNA 분석을 기반으로 인공 증식을 통한 현지외보존원을 조성하여 미래에도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보존방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눈향나무 현지외보존원.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눈향나무 현지외보존원.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향나무, 눈향나무와 잎의 모양은 다르지만, 향나무 눈향나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노간주나무가 있다. 노간주나무는 전국의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며, 이름은 오래된 나무를 도끼자루로 활용했다는 노가자목(老柯子木)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한, 나무가 유연하고 물에 잘 썩지 않는 특징이 있어 나무를 삶아서 소의 코뚜레를 만드는 데 활용하여 ‘코뚜레나무’로 불렸다고도 한다.

노간주나무의 잎은 뾰족한 바늘모양의 3개의 잎이 돌려 달리기 때문에 손에 닿으면 찔릴 수 있다. 필자가 대학생 시절 만난 노간주나무는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초여름 더운 날씨에 서울의 관악산을 오르던 중 바위가 많은 능선 지역에서 하늘로 곧게 뻗은 나무를 보게 되었는데 그 나무가 바로 노간주나무였다. 너무나도 건조해서 다른 나무들이 살지 못하는 곳에서 노간주나무는 푸른빛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노간주나무는 건조에는 강하지만 햇빛이 부족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대표적인 양수(陽樹)이다. 바위가 많은 지역은 다른 나무들이 자라지 못해 햇빛이 풍부한데 다른 나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만의 강점을 가지고 살아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관악산 능선 지역의 노간주나무 군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관악산 능선 지역의 노간주나무 군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노간주나무의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노간주나무의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향나무, 눈향나무, 노간주나무는 오랜 기간 우리 삶 속에서 함께 해온 소중한 우리 나무이다. 제사 때 향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며, 물에 잘 썩지 않아 코뚜레, 소쿠리의 테 등 농기구로 활용되는 등 우리 실생활에서 활용된 소중한 나무들이다.

또한, 우리 숲에서 강인한 생존력으로 다른 나무들이 자라지 못하는 바닷가, 높은 산의 정상, 바위 위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태계를 지켜온 귀한 나무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또는 멀리 바닷가나 산의 정상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향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움과 응원의 마음을 담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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