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 등 교직원 시설을 학생들에게 청소하도록 시킨 행위는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의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8일 A 중학교 교장에게 교무실 등 교직원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들이 청소하게 하지 말고, 해당 중학교를 관할하는 교육감에게는 유사 사례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고 밝혔다.

A 중학교 3학년생인 진정인은 교직원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학생들이 청소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고, 이는 인권 침해라는 취지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출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1인 1역할을 의무적으로 분담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교무실 청소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기본적인 교과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교육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감안해 학생들이 청소에 참여하도록 한다"며 "이는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인성을 함양하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청소 구역에 대해서는 학생들을 무작위 방법으로 배치해 한 학생이 어려운 구역을 지속적으로 청소하는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앞으로 용역 활동을 통해 교직원 사용 공간을 청소하도록 하는 정부 방침 등이 나온다면 용역을 활용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지금처럼 학생들에게 교무실 등 청소를 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8일 결정문을 공개하면서 "학생들에게 교무실 등 교직원이 사용하는 공간을 배정하여 청소하도록 한 행위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행동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했으므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은 개인이 어떤 행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적극적 자유)와 함께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소극적 자유)를 함께 의미한다. 인권위는 교사가 학생에게 청소를 교육하는 것 자체를 인권 침해로 본 것이 아니라, 청소 교육을 하는 이유가 권위에 복종하는 것에 있다는 점이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청소는 일상생활에서 이뤄져야 할 생활습관이라는 교육적 의미에서 학교가 학생들에게 청소를 지도하는 것은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이런 측면에서의 교육 활동은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는 교실이나 과학실, 음악실 등을 청소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학교 측은 인성교육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강요나 복종을 요구하는 형태는 아닐 것"이라며 "만약 강요나 복종을 요구하는 인성교육이라면 학생들이 비인간적인 심성을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교사의 권위에 복종할 것을 교육하는 것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반한다고 본 것이다. 

인권위는 해당 중학교장에게 교직원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에 대하여 학생에게 비자발적 방법으로 청소를 배정하는 것을 중단할 것과 개선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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