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금속노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참여연대, 포스코지회,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등이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1월 27일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금속노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참여연대, 포스코지회,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등이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앞세워 철강업계 이미지 쇄신을 주도해온 포스코가 연이은 대기오염 및 산업재해 논란으로 곤경에 빠졌다. 포스코는 반복된 문제제기에 사실이 아니라며 강경대응을 하고 있지만, 환경단체와 언론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위험한 작업환경에 장기간 노출된 노동자들의 직업병 문제다. 앞서 포스코 및 하청업체 노동자 8명은 지난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는데 이들은 폐암 4명, 폐섬유증 1명, 루게릭병 2명, 세포림프종 1명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달 진행된 2차 신청에도 포스코 2명, 하청업체 2명 등 총 4명의 신규 신청자가 참여했다. 포스코 현장에서 10년 이상 근무해온 이들은 폐암, 폐섬유증, 폐질환, 루게릭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제철소 직원들이 제선, 제강, 압연, 스테인리스스틸 공정에서 여러 발암물질에 노출된다. 이런 발암물질로 인한 폐암, 백혈병, 혈액암 등은 제철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직업성 암”이라며 “제철소는 직업성 암 발생률이 매우 높은 사업장인 만큼 암을 포함한 직업성 질환을 전수 조사하고 산재신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유의 집단 산재 신청 배경에는 오랜 시간 누적된 작업환경 관리 부실 문제가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지난 2018~2020년 3년간 포스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총 1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이 중 13명이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참여연대는 “포스코는 같은 기간 동안 특별·기획 감독 등 무려 6차례의 노동부 감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잦은 산업재해의 발생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포스코는 규모별 동종업종 평균재해율이 최대 15.27배(2015년), 규모별 동종업종 평균사망만인율이 최대 52.74배(2018년)에 달한다. 이는 같은 규모의 사업장에 비해 매우 빈도가 잦으며 그 인원도 많다”고 지적했다. 

제철소 인근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포항산단 대기오염노출지역 주민생체 모니터링 결과 암 사망률은 전국 평균의 1.72배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포항산단 주민들의 암을 포함한 환경성질환 전수조사와 개선대책은 전무했다”며 ”포스코로 인한 환경오염 및 직업성 암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으나, 포스코가 투명하게 환경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자료=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지난해 12월 집단 산재 신청에 나선 포스코 노동자 현황. 자료=금속노조 포스코지회

포스코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인근 주민 중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타 지역보다 높은 점을 고려하면 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매년 투자비의 10%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 포스코는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작업장의 유해물질 측정치가 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산업재해와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환경단체와 언론에 강경한 대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포스코는 지난해 5월 광양제철소 대기오염 문제를 지적한 환경단체 운동가를 고소한데 이어, 12월에는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를 제작한 포항MBC 기자에게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와 언론,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강경대응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 모양새다. 실제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금송노동조합, 환경운동연합 등 각계에서 포스코에게 소송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퇴진과 공익이사의 선임을 통해 반복되는 문제를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금속노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참여연대, 포스코지회, 포스코사내하청지회 등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는 작년부터 기업시민보고서를 발행해 지속가능경영, 윤리경영, 안전보건경영을 강조하지만, 오히려 ESG 등급은 하향조정 됐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 극복할 의지와 능력이 최정우 회장에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국민연금공단은 대주주로서) 포스코의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정상화에 관심 없는 이사 선임을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며 "나아가 포스코 기업의 각종 위법행위와 부실경영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 최정우 회장 연임에 반대해야 하고, 공익적 이사를 추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 또한 포스코와 관련된 잡음에 개입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포스코의 산업재해 및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타지역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치를 넘어서는 정도로 이상이 있다면 무언가 원인 물질이 있다고 본다”며 노동부와 합동으로 포스코를 조사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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