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매도 부분적 재개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매도 부분적 재개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공매도 재개 시점을 늦추기로 결정했지만 여론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재개 시점까지 불법공매도를 막기 위한 제도개선 및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15일 종료 예정이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오는 5월 2일까지 약 한 달 반 연장하고, 5월 3일부터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재개와 연장 사이에서 고심하던 금융위가 선택한 길은 홍콩식 공매도다. 홍콩은 ▲시가총액 30억홍콩달러(약 4300억원) 이상 ▲시총 기준 12개월 회전율 60% 이상인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가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지정 종목을 점검·변경한다.

금융위는 일부 종목을 지정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 “일시에  모든 종목을 재개하기 보다는 일부 지수종목부터 부분적으로 재개하여 시장충격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을 공매도 허용 대상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하여 공매도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며 “지수 구성종목이 반기마다 변경될 경우 이에 따라 공매도 허용종목도 변경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변경사항은 거래소에서 별도 공시할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매도의 조건부 재개를 반기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금융위 결정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주식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번 발표에 개미들이 원하는 대책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 셀트리온 같은 대형주들이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될 것", "게임스탑 사태를 보면서도 공매도를 재개하는 것이 맞나"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집중된 대형주부터 공매도가 재개된다는 것에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집중적으로 대형주를 사들였고, 개미의 선택을 받은 대형주는 상승장을 주도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코스피 기준)은 삼성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한국전력, 네이버 등으로 모두 시총 30위권 내의 대형주들로 오는 5월 3일 공매도 재개 대상이다. 

게다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이치엘비 등 시총 순위가 높은 대체로 공매도 잔고도 높은 편이다. 금융위는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해 공매도가 재개돼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장 자금을 투입한 개인투자자로서는 이번 결정이 달가울 수 없다.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가 소형주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3일 “대형종목 공매도로 지수가 하락하면 지수연동 상품에 연계돼 여타 종목도 하락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공매도 연장 조치르 “공매도 세력이 계속 개인투자자 재산을 쉽게 가져가는 구도를 혁파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제도개선 및 시스템 구축 약속에 대한 불신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양새다. 금융위는 법 개정을 통해 오는 4월 6일부터 불법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및 형사처벌 부과가 가능해졌으며, 무차입공매도 적발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불법공매도 사후 적발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불법공매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후 적발을 통해 불법공매도를 처벌한다고 해도,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해 개인투자자들이 입게 된 손실은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위는 사전차단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후적발로도 충분히 불법공매도를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는 “(사전차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을 수 있으나, 투자자를 포함해 시장 전체에 너무 과도한 비용을 유발해 비효율적이다”라며 “이는 마치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차량에 음주측정기 부착을 의무화할 수 있으나,현실성이 낮은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어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도 잔고 확인을 위한 다양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집중돼야하고, 확인과정에서 주문체결속도가 크게 저하돼 거래지연 및 투자자 불편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며 “공매도 주문시 결제가능수량을 실시간으로 점검하여 불법공매도를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춘 국가는 현재까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는 오는 5월 3일 공매도 재개 시까지 제도개선 및 시스템구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금융위가 남은 한 달 반의 시간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