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하얀 거짓말, 2020, 혼합재료, 60*60.
이은주. 하얀 거짓말, 2020, 혼합재료, 60*60.

 

누가 내 심장을 두드리느냐.
아무도 없는데
아무 기척도 없는데,

누가 내 심장을 두드리느냐.
아무 약속도 없는데 
아무 이별도 없는데,

창을 열면
난타의 눈부신 북소리.

누가 내 심장을 두드리느냐.

아내가 퇴근하면서 눈을 어깨와 머리에 얹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나도 눈을 맞을 양으로 밖에 나갔지요. 어두웠는데도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눈사람을 만들고 눈사람 곁에서 인증샷을 찍기도 했습니다. 밖은 몹시 추웠습니다. 몇 분도 견디지 못하고 나는 얼른 집에 들어왔지요.

우리가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추웠지요. 집이라고 해봐야 아랫목만 간신히 따뜻하고 윗목은 냉골이었습니다. 그래서 잠자리에 들 때면 형제들끼리 따뜻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했지요. 

그때는 그날그날 써야 할 몇 장의 연탄만을 가게에서 사와야 했지요. 한 장의 연탄도 귀할 때였지요. 

눈이 오는데 뜬금없이 어렸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변변한 난방시설이 없었기에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추운 겨울을 싸움하듯 견뎌야만 했었지요. 내가 연탄을 본 적이 오래되었으니 요즘 아이들은 연탄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고 안온한 집에 삽니다. 그러나 지금이 그때보다 행복한지는 모르겠습니다. 

눈을 봐도 어렸을 때처럼 즐겁고 설레지 않습니다. 눈 때문에 불편한 일만 떠올립니다.

‘심장을 두드리’는 ‘난타의 눈부신 북소리’는 이제 없습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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