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로크 유저 연합이 1일 개발사 그라비티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이코리아

라그나로크 시리즈 유저 연합이 개발사 그라비티에 정도경영을 촉구했다. 각 게임에서 벌어지고 있는 ‘운영 이슈’ 해소에 전사 차원으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라비티 측은 조만간 기존 공지사항 외에 추가로 현 상황에 대해 해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라그나로크 IP 기반 게임인 오리진·온라인·제로 유저 연합은 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그라비티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진행 중이다. 시위는 매일 8시부터 17시 사이로 오는 5일까지 이어진다. 유저들은 트럭 LED 전광판에 그라비티에 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유저들은 이 자리에서 “그라비티는 유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유저들에 적대적인 운영을 쇄신하라”며 “게임 내 이슈들에 대해 투명하고 상세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 유저들은 최근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기존 버그가 수정되면, 새 콘텐츠 업데이트 시 그만큼의 버그가 또 발견되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면서도 버그 수정에 소홀하고, 유저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행위가 반복된다” “핵 이용자를 적발하지 않는다” 등 의견을 보인 바 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에서는 ‘운영진 권한 남용 의혹’, 제로에서는 ‘업데이트 지연’ ‘유동적 사건’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그라비티에 요구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오전 8시께부터 라그나로크 시리즈 유저들이 준비한 LED 전광판 트럭이 그라비티 본사 인근을 순회했다. 거리에는 트럭에 설치된 스피커 소리에서 나오는 유저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단, 유저 측은 타 사무실 소음 피해를 우려, 잠시 뒤 소리를 줄여 운행했다.

그라비티 본사가 입주한 빌딩 전경. / 사진=이코리아

한때는 빌딩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로부터 제지받아 잠시 트럭시위가 중단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트럭시위를 기획한 유저 대표 A씨에 따르면, 해당 인물은 현장 사진을 촬영한 뒤, “그라비티 때문에 그러는 거냐”며 시위를 방해하고는 신분을 밝히지 않고 떠났다. 다만 유저들은 정당한 집회신고를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시위는 개발사가 서비스 중인 복수의 게임 유저들이 연합해 단체행동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유저들은 그라비티가 자사 게임들에 일관된 서비스 운영 기조를 보이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이코리아>는 유저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를 듣기 위해 현장에서 만난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라그나로크 오리진 유저 A씨와의 일문일답이다.

기자: 라그나로크 오리진을 이용하면서 어떤 불편이 있었나.

A씨: 너무나 많아 모두 설명해드리기 어렵지만, 대표 사례를 꼽자면 서비스 초창기때 발생한 ‘기어 복사 버그’가 있다.

라그나로크 오리진에는 캐릭터 능력치 및 스킬을 강화하는 기어라는 아이템이 있다. 기어는 현금성 재화(냥다래)로만 구매 가능한 확률형 아이템에서만 얻을 수 있다.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 특성상 원하는 기어를 얻기 위해 수십, 수백만 원 이상 과금해오고 있다.

그런데 기어를 복사할 수 있는 버그가 발생했고, 당시 많은 유저들이 그라비티에 크게 실망했다.

최근에는 핵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특정 유저가 다른 유저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컸다. 문제는 일반 유저들이 해당 사건을 목격하고, 즉각 사진·동영상 등 증거를 모아 그라비티에 제보했지만 대응이 미심쩍었다는 것이다.

게임사는 핵 사용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빠르게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그 과정과 악용자 명단 및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공지사항에는 유저들이 제시한 증거를 어떻게 검토했는지에 대한 얘기는 없고, 불법 프로그램 사용 사례가 아니라는 내용만 있었다.

그라비티는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전반적으로 유저들이 납득하지 못할 수준으로 공지한다. 수정됐다고 공지한 버그가 실제로는 해결 안된 경우도 있다. 문제점을 단기간에 수정하기 힘들면 ‘언제까지 수정하겠다’라고 기약이라도 하면 믿고 기다릴 텐데, 매번 ‘수정 중’이라는 내용만 보일 뿐이다.

게임 내 버그 등 문제점들을 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유저들과 약속해줬으면 한다.

기자: 게임사와 유저 간 소통 채널로는 커뮤니티나 고객센터도 있는데, 현장시위에 나서게 된 이유는 뭔가.

A씨: 커뮤니티에 버그를 제보하거나, 고객센터에 1:1 문의를 해도 항상 같은 양식의 성의 없는 답변뿐이었다. 그라비티의 기성 소통 채널들이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고, 게임의 서비스 품질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라그나로크 오리진 및 PC 라그나르크 온라인·제로 유저분들과 함께 트럭시위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현장시위를 통해 그라비티에 전하고 싶은 유저들의 의견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같다. 현재까지 진행된 유저간담회 같은 소통은 홍보 수단으로만 보인다. 소통이라고 하면 유저들의 불만과 항의를 듣고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답변하기 좋은 질문만 추려 대본을 짜고, 게다가 실시간이 아닌 녹화 영상을 간담회라고 하니 답답하다.

이에 커뮤니티를 통해서는 서비스 품질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고, 현장시위를 준비하게 됐다.

기자: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A씨: 개인적으로 원작 PC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재밌게 즐겼던 유저로서, 오리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뻤다. 원작의 분위기와 그래픽을 잘 재현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해보고 싶어 사전예약도 했었다. 하지만 서버 불안정 문제, 게임 데이터 롤백, 버그 문제 등 미숙한 운영에 그간 실망감이 많이 쌓였다.

다른 유저분들과 게임을 재미있게 끝까지 함께 즐기고 싶다. 미숙한 운영이나 불만으로 떠나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게임사의 횡포로 더이상 피해받는 유저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번 그라비티 사태를 비롯, 최근 타사 게임들에서도 유저들이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A씨 등 라그나로크 유저들은 버그를 철저하게 검수하지 않고 게임을 출시하거나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업계 관행을 지적하고 있다.

그라비티 측은 유저들의 요구와 관련해 “버그를 최대한 빠르게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유저분들께서 만족할 만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은 점 사과드린다”는 입장이다. 그라비티는 조만간 현 개발팀 상황에 대해 기존 공지사항 외에 추가로 설명할 예정이라는 의사를 본지에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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