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위원회
마이데이터 본허가 28개사 목록.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본허가를 획득한 28개사 목록을 발표하면서, 카드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 27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내 7개 전업카드사 중 국민·우리·신한·현대 등 4곳이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획득했다. 삼성·하나카드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가 중단된 상태이며, 롯데카드는 다음 달 예정된 2차 예비허가 심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으면 정보주체인 개인의 동의를 받아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있는 신용정보를 집약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의 경우 소비자의 특성과 소비패턴에 따라 맞춤형 카드를 추천하거나, 카드소비 후 남은 자투리 자금으로 가능한 소액 투자를 제안할 수도 있다.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카드시장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카드사들은 본허가 발표 전부터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신한카드는 자영업자 전용 신용평가 서비스 ‘마이크레딧’과 종합 자산관리서비스 ‘마이리포트’ 등을 출시하며 고객확보에 나섰고, KB국민카드 또한 KB금융그룹의 통합 플랫폼 ‘리브메이트’를 마이데이터 서비스 중심으로 개편한 ‘리브메이트 3.0’을 선보였다.

문제는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획득하지 못하고 남겨진 카드사들이다. 선점효과가 중요한 신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록 앞선 경쟁자들과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특히 업계 2위 자리를 두고 국민카드와 경쟁 중인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징계 문제로 마이데이터 사업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삼성생명이 요양병원 입원은 암 치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다. 징계가 최종 확정되려면 금융위에서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대주주의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자회사인 삼성카드의 마이데이터 시장 진출도 잠정 중단됐다. 만약 징계가 최종 확정되면 삼성카드는 향후 1년간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실제 삼성카드는 모바일 앱 ‘마이홈’의 자산조회 서비스를 다음달 1일 오전 0시부터 중단할 예정이다.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지 못하면 해당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게 된다.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이 차질을 빚으면서 삼성카드는 업계 2위 자리도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개인·법인 신용판매액 기준 점유율(기업구매 제외)은 18.05%로 국민카드(17.75%)와 불과 0.3%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난해 1분기에는 두 카드사의 순위가 사상 처음으로 역전됐을 정도로 치열한 2위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국민카드는 중금리 대출, 자동차 할부금융, 마이데이터 등 사업다각화에 나서며 재역전을 노리는 상황이다. 삼성카드가 비용 절감을 통해 흑자를 내고 있지만, 신사업 진출이 어려워질 경우 현재의 순위를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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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사업은 카드업계 중위권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들어 점유율을 회복 중인 우리카드가 업계 5위 자리를 굳힐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 중인 하나카드는 신사업 진출이 중단되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하나카드는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시민단체들로부터 고발을 당해 마이데이터 사업 심사가 보류됐다. 지난해 2분기 점유율을 8.59%까지 끌어올렸던 하나카드는 올해 들어 점유율이 다시 7.73%(3분기 기준)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까지 중단될 경우 최하위 탈출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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