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실과 오픈넷이 개최한 '망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 토론회가 27일 개최됐다. / 사진=인터넷기업협회 네이버TV 중계 캡처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 제로레이팅(소비자의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 또는 할인해 주는 제도) 관련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망사업자(ISP)가 자사 및 계열사 콘텐츠를 우대할 시 중소기업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실과 오픈넷이 ‘망중립성과 새로운 인터넷 10년’을 주제로 27일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남철 통신경쟁정책과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를 비롯한 학계·법조계 인사 등이 참석했다.

망중립성은 ISP가 인터넷 트래픽의 내용과 이를 유발하는 사업자에 관계 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최근 ISP 및 관련업계에서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기존 가이드가 5G 기반 기술의 발전을 늦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3사와 카카오·왓챠 등 콘텐츠제공자(CP) 의견을 수렴한 새로운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지난 11일부터 시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비자·시민단체와 중소기업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로레이팅 참여, 모든 CP에 공정해야

토론회에서 벤처기업협회 유정희 부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인터넷기업협회 네이버TV 중계 캡처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교 박경신 교수는 한국과 미국·유럽 사례를 비교하며 국내 망중립성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제언했다.

박 교수는 “제로레이팅을 유럽에서는 차별금지 조항으로 다룬다. 모든 CP가 차별받지 않고 공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가이드라인을 국제기준에 맞추려면 ISP가 CP로부터 대가를 받고 특정 앱에 적용하는 제로레이팅을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본력이 부족한 CP의 경우 제로레이팅 경쟁에 참여하기 어려운 문제를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토론에 참여한 벤처기업협회 유정희 부소장은 “무분별한 제로레이팅은 시장 진입장벽을 높일 것”이라며 “경제력을 통한 중소벤처·스타트업 차별 문제와 공정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서비스 ‘남용’ 있어선 안돼

 토론회에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민호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사진=인터넷기업협회 네이버TV 중계 캡처

유 부소장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서 허용한 ‘특수서비스’의 의미가 변질되서도 안된다고 했다. 그는 “초연결 사회에 특수서비스가 필수불가결하다지만, 공공재로서의 인터넷의 가치는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서비스는 이번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새롭게 포함된 개념이다. 원격의료·스마트팩토리·IPTV·인터넷전화 등 전자기기 간 연결 사례의 특수성을 감안해, 네트워크슬라이싱(특정 서비스의 운영이 원활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쪼개 제공하는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단, 가이드라인에는 ▲특수서비스에 과부하가 걸려도 일반서비스 품질에 영향이 미치지 않아야 하며 ▲망중립성 원칙을 회피할 목적으로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법무법인 유미 전응준 변호사도 특수서비스 남용 가능성을 염려했다. 전 변호사는 “예를 들어 4K 동영상 서비스는 일반 인터넷서비스로도 가능한데, 이를 특수서비스로 포장해 서비스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또 “가이드라인에 기재된 어느 서비스가 특수서비스인지 판단하는 ‘주체’, 그리고 인터넷 품질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표현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민호 교수는 “이번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은 ‘특수서비스 허용 가이드라인’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도 기준이 될 수 있는 위상이 있는데, 외국 사례에 의존해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만약 자율주행차 운영체제(OS)에 특수서비스를 제공하면, OS에 구글과 넷플릭스 앱만 탑재되고 왓챠·웨이브는 배제되는 등 망중립성 침해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망중립성 정책이 가이드라인이 아닌, 고시 이상 수준의 법제화가 돼야 한다고 봤다. 가이드라인에는 법규성이 없어 ISP와 일부 CP들의 의견만 반영되는 등 편향적으로 개정됐다는 주장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대표도 “가이드라인 개정에 이용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며 “어떤 정책을 만들 때는 이해당사자들의 참여가 있어야 수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또 “특수서비스가 출시될 경우 사전에 그 서비스가 특수서비스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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