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공매도 재개를 논하려면 금융당국이 하겠다고 선언했던 일과 이미 했어야 했지만 아직도 안 한 일들부터 먼저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는 3월 15일 종료될 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 조치가 재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단순한 연장 논의가 아니라 공매도로 인한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당국에 묻습니다. 공매도는 도대체 왜 필요한 겁니까? 그리고 공매도 재개 전에 금융당국이 하겠다고 한 일은 다 한 겁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난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당시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책을 요약하면 무차입·불법 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강력한 처벌로 범죄행위를 꿈도 못 꾸도록 원천적인 억제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하며, 금융당국이 약속했던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이어 “저와 같은 동학개미들이 마치 자신들이 투자해 놓은 성과물의 붕괴가 두려워 공매도 재개를 반대하는 것으로 매도되는 것이 우려된다”며 불법 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하고 금융 선진국 수준의 강력한 걸맞는 처벌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미국, 불법 공매도에 징역 20년

물론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 1년간 청원글이 지적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수위가 한층 강화됐기 때문.

개정안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1억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하면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아진 셈이다. 실제 개정안에 신설된 불법 공매도 처벌 조항은 자본시장법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문제는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고의로 불법 공매도를 한 자에게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달러(약 55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불법 공매도를 처벌하는데 벌금의 상한선이 없다. 프랑스도 고의를 불문하고 불법 공매도를 한 법인에 대해 영업정지를 포함한 행정처분과 1억 유로(약 1338억원) 또는 부당이득의 최대 10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물론 금융 선진국 중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곳도 있다. 일본의 경우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30만엔(약 319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개인 공매도 비중이 2017년 거래대금 기준 23.5%에 달할 정도로 개인의 참여가 활성화돼있다.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의 전유물인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무차입 공매도 위험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한국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 사전적발에서 사후적발로 방향 선회

게다가 불법 공매도를 처벌한다고 해도 이미 발생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복구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도 처벌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지난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당시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공매도 시도를 사전차단하겠다고 약속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사전차단'에서 '사후적발'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전산시스템상으로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너무 많은 노역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사후에 적발하는 시스템 구축만 해도 정부가 생각하는 소기의 목적을 거의 99%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 2018년 ‘실시간 주식잔고·매매수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보유잔고를 초과하는 매도주문 등 이상거래가 나오면 신속하게 거래소 감리 절차 등으로 연결하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전혀 다른 대책이다. 물론 은 위원장 취임 전 발표된 대책이기는 하지만, 3년이 지나서 나온 결론이 “사전차단은 어렵다”라면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개인의 공매도 참여기회 확대도 약속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전문투자자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개인에게 공매도 기회를 확대해나가겠다는 계획이지만, 공매도 또한 단계별로 재개할 것인지, 최종 단계에 이르러 공매도 기회가 완전히 열리기 전까지는 어떻게 개인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를 영구 폐지해달라는 청원에 약 19만명이 동의한 상태다. 금융당국이 조만간 발표할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통해 동학개미의 불만과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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