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금감원 못 믿겠다 청와대가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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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금감원 못 믿겠다 청와대가 나서라"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1.01.2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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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및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가 2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및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가 2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피해자들이 금융당국의 사태 해결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청와대가 직접 계약취소에 따른 전액배상 가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와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청와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정부가 직접 사모펀드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판매사들의 사기 행위가 명백하게 밝혀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결정을 내리지 않는 금감원 탓에 피해자들은 하염없이 금감원의 결정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사모펀드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사모펀드 사태 피해자들이 청와대의 개입을 요구하는 이유는 라임 펀드와 달리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다른 펀드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6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제109조)를 결정하고,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권고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금융상품을 판매한 금융사가 투자자에게 핵심 정보를 전달하지 않거나 허위로 전달해 계약 자체가 무효화되는 경우를 말한다. 만약 투자자가 미리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대한 정보를 숨겼기 때문에 투자자의 책임을 따질 수 없고 원금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

공대위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외에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이탈리아헬스케어 등 환매가 중단된 다른 펀드에 대해 똑같이 계약취소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대위는 “금감원은 옵티머스펀드에 대해서만 계약취소 가능 여부에 대한 법률검토를 진행하고 있고, 이마저도 금감원 내부적으로 ‘불완전판매로 잠정 결론짓고 있다’는 전언이 있다”며 “금감원이 나머지 사모펀드에 대해서는 불완전판매로 결론지어 자율 조정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이어 “대부분의 판매사들은 끝까지 ‘사기 행위임을 몰랐다. 우리도 피해자’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이를 핑계로 피해 구제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의미 있는 노력 없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판매사들에 대해 ‘계약취소 결정’이 시급한 실정이지만, 금감원의 소극적인 해결 행태는 사기 행위에 면죄부를 부여하고 제2의 사모펀드 사태를 부추기고 있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AI스타펀드 다른 점

문제는 개별 펀드 사태의 사정이 달라 모든 경우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실제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달 31일 KB증권이 판매한 라임 펀드(라임AI스타1.5Y) 관련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아니라 불완전판매로 보고 손실을 본 투자자 3명에게 60~70%의 배상비율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두 펀드의 배상비율을 가른 것은 ▲해당 펀드가 계약 전 얼마나 부실화됐는지 ▲판매사가 운용사와 공모해 이를 은폐하려 시도했는지 여부다. 전액 배상이 결정된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이미 계약 체결 시점에서 76~98%의 손실이 확정된 상태였지만, 라임AI스타의 경우 모펀드의 회수율이 43~45% 수준이었다.

또한 금감원은 KB증권이 신한금융투자처럼 부실 사실을 숨기기 위해 운용사와 공모한 정황도 심각하다고 보지 않았다. 

이는 디스커버리, 옵티머스, 이탈리아헬스케어 등 환매가 중단된 다른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업은행, NH투자증권, 하나은행 등 관련 펀드를 판매한 은행·증권사의 공모 여부와 계약 시점의 손실 정도에 따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적용될 수도, 불완전판매로 분류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대위 및 시민단체들은 다른 펀드에 대해서도 계약취소 가능성을 확실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사기 정황이 뚜렷한 옵티머스 펀드뿐만 아니라, 디스커버리 펀드와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또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대위를 비롯해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디스커버리 펀드의 경우 투자제안서와 달리 ▲선순위 채권에 투자한다고 설명하고 실제는 후순위 채권에 투자 ▲채권자의 지위가 축소된 채권에 투자 ▲회계부정이 저질러지고 있던 투자 플랫폼에 투자 ▲투자한 미국 투자회사의 지급유예 후에도 펀드를 판매한 사실 등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에 대해서도 “투자 대상 채권 기망 ▲조기상환 불가능한 채권을 편입하고도 조기상환 할 수 있다고 기망 ▲투자제안서에는 등장하지 않는 ‘한남어드바이져스’에 2019년 약 47억 원의 수수료 지급 ▲돌려막기 폰지 사기 정황” 등의 문제가 적발됐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아직 이러한 주장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마무리된 옵티머스 펀드 관련 외부 법률자문 결과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적용 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대위는 모든 사모펀드에 대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관련 법률 검토를 시행하고, 설령 계약취소가 어렵다 하더라도 동일 비율에 따른 일괄 배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가 사모펀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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