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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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생명에 이어 동양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두 생보사가 연이어 패소함에 따라 재판을 앞둔 다른 생보사들도 즉시연금 리스크로 인한 부담을 크게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4단독 재판부(판사 명재권)는 지난 19일 동양생명 즉시연금 가입자 12명이 제기한 미지급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인용하고 보험사에 미지급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금소연은 지난 2018년부터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들을 모아 생보사들을 상대로 미지급금을 반환하라며 공동 소송을 진행해왔다. 금소연은 연금월액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 뒤 지급한다는 사항을 약관에 명시하지 않고 가입자들에게 설명하지도 않았다며, 공제된 부분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생보사들은 연금계약 적립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한다고 보험금지급기준표에 명시했으며, 산출방법서에는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즉시연금 분쟁에서 미지급금 반환을 요구하는 가입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8년 4월 산출방법서의 내용이 약관에 포함돼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생보사에게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하지 않고 연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동양생명·미래에셋생명·KB생명 등은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했지만,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19일 동양생명까지 1심에서 패소하면서 나머지 4개 생보사도 재판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미지급금 규모가 커 자칫 패소할 경우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게 될 수 있다. 금감원이 2018년 파악한 바에 따르면,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는 약 16만명, 8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생명이 미지급한 규모는 약 5만5000명, 4300억원으로 금액만 따지면 절반이 넘는다.

게다가 삼성생명은 암보험금 미지급 문제로 인한 징계도 예정돼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삼성생명에 대해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조치하고 과징금 및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아직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남아있지만, 징계가 확정될 경우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진출이 막히게 된다. 실제 삼성생명의 자회사인 삼성카드의 경우, 마이데이터 사업 심사 절차가 금감원 제재심으로 인해 중단된 상태다. 

이처럼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길이 당분간 막힌 상황에서 막대한 미지급금까지 반환하게 되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미지급금 4300억원은 삼성생명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3166억원) 보다 1000억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물론 생보사 측이 즉시연금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남은 4개 생보사의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즉시연금 가입자들이 NH농협생명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농협생명 약관에는 다른 생보사와는 달리 만기환급금 적립을 위해 연금액을 차감한다는 설명이 담겨 있었다. 실제 농협생명은 2018년에도 생보사 중 유일하게 금감원의 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생보사별로 상품과 약관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앞선 소송 결과를 남아있는 소송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한편 금소연은 “미래에셋, 동양생명 즉시연금 미지급 반환청구 공동소송의 연이은 원고승 판결은 사필귀정이며 이후 진행되는 다른 보험사 공동소송 건에서도 당연히 원고승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늦었지만 생보사들은 지금이라도 미지급연금을 자발적으로 지급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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