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쥐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文, ‘정인이 사건’ 재발 방치책으로 파양 언급

문재인 대통령이 ‘정인이 사건’의 재발 방지책으로 ‘입양 이후 일정 기간 이내 취소하거나 입양 아동을 바꾸는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이를 두고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16개월 아이가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다 숨졌다. 이런 아동학대 악순환을 막을 해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요즘 아동학대, 죽음에 이르게까지 하는 사건을 보면서 마음이 정말 아프다. 국민도 얼마나 가슴 아플까 싶다. 우리가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하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이어 “그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교훈 삼아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겠다”며 몇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학대 아동 위기 징후를 빠르게 감지하는 시스템 △ 학대 의심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학대 아동을 부모, 또는 양부모로부터 분리하는 조치 △학대 아동을 보호하는 임시 보호시설, 쉼터 대폭 확대 △보호시설 점검하는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 대폭 증원 △전담 공무원 중심의 종합적인 논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입양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여기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그는 “사전에 입양하는 부모들이 충분히 입양을 감당할 수 있는지 그런 상황들을 보다 잘 조사해야 한다”며 “초기에는 입양가정을 방문해 아이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입양 부모의 마음이 변할 수 있어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 취소를 한다든지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랑 맞지 않을 경우 바꾼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하기 않고 활성화하면서 입양아동을 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 정치권 "입양 아동이 상품이냐" 비판

문 대통령의 이 답변에 대해 야당에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입양한 딸을 키우고 있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의 입양 아동에 대한 인식에 분노한다. 입양 아동이 시장에서 파는 인형도 아니고, 개나 고양이도 아니다. 개와 고양이에게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교환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인가. 입양이 무슨 홈쇼핑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충격을 받은 아이가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어떤 어려움을 겪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파양이나 교체는 아이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입양 부모의 부정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게 뻔하다. 그 자체로 아이에 대한 정서적 방치이자 학대”라고 비판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시간 기자회견인 만큼 말꼬리잡기보다는 답변 내용의 맥락과 취지를 감안해서 평가해야 하지만 이 부분만은 도저히 넘어가기 어렵다”며 “예상하지 못한 질문도 아니었을 텐데, 인권 의식이 의심스럽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가 있나”라고 비판했다.

금 전 의원은 “진의를 살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렇게 볼 문제가 아니다”며 “’아동을 바꾼다’는 말까지 했으면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입양된 아이들이 대통령의 발언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아동학대에 대한 본질과는 다른 발언으로 자칫 입양에 대한 편견과 입장에 대해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대통령의 분명한 해명이 요구된다”고 했다.  

◇ 靑 "발언 취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제도 보완"

논란이 커지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대변인은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 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라며 “프랑스, 영국, 스웨덴에서는 법으로 사전위탁제를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사전위탁보호제에 대해 “바로 입양을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입양 전 5∼6개월간 사전 위탁을 통해 아이와 예비 부모 간 관계 형성을 준비하고 지원하는 것”이라며 “이는 아이를 위한 제도”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만 허용해왔다. 이제 입양 특례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를 검토 중”이라며 “입양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불행한 사고를 막으려면 입양의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하고 입양 가정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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