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존 오소프 후보. 사진=트위터
미국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존 오소프 후보.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가 상승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미국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2석을 모두 확보하면서 ‘블루웨이브’(Blue Wave)가 현실이 됐다.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이 백악관뿐만 아니라 상·하원을 모두 칠하게 되면서, 강력한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 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3대 지수로 불리는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 지수는 각각 3만1041.13, 3803.79, 1만3067.48로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확정과 민주당의 상원 선거 승리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이다.

◇ 미국 증시, 바이든 행정부, 경기부양책 기대감↑

증시가 블루웨이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공화당의 견제로부터 자유로워진 바이든 행정부가 조기에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한다면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9000억 달러 규모의 2차 경기부양 패키지는 “계약금(down payment)”에 불과하다며, 취임 후 2~3조 달러 규모의 추가 패키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그는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1인당 2000달러의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2차 부양책(600달러)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루 웨이브 현실화로 미국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2000달러를 지급할 경우 주당 300달러의 실업급여를 감안하면 월간 3200달러의 이전소득 지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2020년 4월과 단순 비율로 계산하면 이전소득은 2.9조 달러 증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초와 달리 현재는 근로소득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여서,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소비심리 회복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블루웨이브 효과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확실시되는 만큼, 외국인 자금이 국내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글로벌 경기 회복을 강하게 만드는 한편, 달러 유동성이 시중에 많이 풀리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일반적으로 글로벌 경기 개선 국면에서는 아시아 제조업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 달러 약세와 경기회복은 모두 한국 주식시장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규모 예산 지출 계획. 친환경 및 인프라 예산의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NH투자증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규모 예산 지출 계획. 친환경 및 인프라 예산의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NH투자증권

◇ 블루웨이브 투자 키워드는 ‘친환경·인프라’

블루웨이브 수혜주를 찾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친환경·인프라’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연말 미국의 그린산업 보조금 확보에서 제외된 전기차 부문이 이번 블루웨이브의 가장 큰 수혜”라며 “미국의 전기차 시장의 고성장이 올 해부터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2019년 상·하원 탈환을 전제로 2030년까지 4540억 달러를 투자하는 전기차·수소차 확대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 병화 연구원은 “바이든까지 당선된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 계획이 실현 가시성이 높다”며 “대한민국 전기차 및 배터리업체들은 유럽 중심의 성장거점이 미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연구원은 또 “상원까지 민주당이 탈환하면서 미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이 중장기 성장을 하는데 필요한 입법절차가 시작될 것”이라며 “풍력, 태양광 업체들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중장기 성장이 확보되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 '금리상승', '증세·규제' 우려도

물론 블루웨이브가 증시에 던지는 메시지가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전임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더욱 강력한 증세와 규제를 예고해왔다. 증권가에서는 당장 경기부양이 시급한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증세·규제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상·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추진한다면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둔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금리 상승도 상승장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하면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유동성 공급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7일 10개월만에 1%선을 회복했는데, 세계 금융시장 금리가 미 국채 금리와 연동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상승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의 금리 상승이 증시에 큰 부담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루웨이브 현실화로 바이든 예산안 확대 기대감까지 맞물리며 금리 상승 시점이 다소 당겨질 수 있다”면서도 “기대인플레이션이 동반된 명목금리 상승은 실질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경기 제약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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