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모펀드 사태와 코로나19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2020년 선전했던 금융지주들이 새해 포부를 밝혔다. 신한·우리·하나·KB 등 4대 금융지주가 공통적으로 밝힌 2021년 국내 금융권의 핵심 키워드는 ‘M&A’와 ‘디지털’이었다.

◇ M&A 통한 사업 영역 확장 강조

올해 4대 금융 수장들의 신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단연 ‘M&A’다. 갈수록 비은행 부문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M&A로 사업영역을 확장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셈이다.

실제 지난해 4대 금융의 성적은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갈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비은행 계열사의 지주사 순이익 기여도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이 각각 41%와 40.3%로 가장 높았으며, 하나금융 31.3%, 우리금융 14.5%의 순이었다. 3분기 누적 순이익 또한 비은행 비중 순서대로 신한-KB-하나-우리의 순이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NH농협금융에 4위 자리를 내주는 등, 비은행 계열사의 부재가 뼈아팠다.

이 때문에 올해 금융지주 수장들의 신년사에도 사업영역 확장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게 드러났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내세우며 “그룹체제 2년차를 맞아 전략적 M&A를 지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캐피털이나 저축은행 등 중소형 M&A 뿐만 아니라, 증권이나 보험 등 그룹의 수익성을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는 포트폴리오 확대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또한 “경영 전반에서 ‘일류의 개방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그룹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확장·강화 관점에서 국내와 해외,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전략적 M&A를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며, 신중하게 접근하되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디지털 혁신, 선택이 아닌 필수

2020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중요성이 강조된 한 해였다. 게다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공룡의 금융업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전통적인 금융사에게 디지털 전환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로 떠올랐다.

코로나와 빅테크가 디지털 전환의 타임테이블을 앞당기면서, 급박해진 금융지주들의 심경은 올해 신년사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손 회장은 “이제 어느 산업에서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은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생존 전략이 됐다”며 “2020년 금융권에는 디지털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 회장은 이어 “디지털 혁신에 그룹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각오로 그룹의 디지털 플랫폼을 차별화하고, AI, 블록체인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사업을 선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빅테크 공룡이 선점한 ‘플랫폼 금융’의 중요성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김 회장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손님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플랫폼 금융’은 이를 위한 최적의 도구”라며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손님들이 머물고 혜택을 누리는, 하나금융그룹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디지털 혁신 전략은 ‘협업’에 중점을 뒀다. 조 회장은 “단순히 최신 디지털 기술을 수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업그레이드하는 시도만으론 부족하다”며 “우리 내부 시각에서 벗어나 핀테크, 빅테크 등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폭넓은 산학·민관 협력을 통해 업(業)을 초월한 지식의 융합을 시도해가자”고 당부했다. 

◇ 금융권 새 키워드로 등장한 ‘ESG’

지난해 금융권에 새롭게 떠오른 핵심 키워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다. 과거에는 ESG가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고려해야 한다는 윤리적 조언에 불과해 보였지만, 이제는 ESG를 고려하지 않으면 재무적 성과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ESG를 가장 강조한 곳은 하나금융이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과거에는 벌어들인 이익 중 일부를 착하게 쓰면 칭찬 받았으나, 이제는 착하게 벌어야 한다는 단계를 넘어, 착하게 버는 과정을 공개하도록 요구받고 있다”며 “경영 전반의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에 관한 비재무적인 요인을 계량화하여 투명하게 공개, 관리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하나금융그룹 또한 ESG 중심의 경영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하고, 국제 금융질서 변화에 부합하는 ESG 전략 체계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성장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또한 “고객과 공감하는 선도적인 지속가능금융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긍정적인 환경·사회적 임팩트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ESG 경영 이니셔티브를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ESG 체계 확립을 통해 사회적 변화와 미래가치 창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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