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나무 꽃과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동백나무 꽃과 잎.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겨울 숲 하면 앙상한 가지의 나무, 하얀색 눈꽃이 핀 모습이 떠오른다. 눈이 내린 새하얀 겨울 숲은 깨끗한 매력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흑백의 단조로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겨울 숲에서 새빨간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오늘 소개할 동백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동백나무는 추위에는 약하지만, 해풍에는 강하고 튼튼해서 중부 이남지역의 숲과 해안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나무 중 하나이다. 동백나무라는 이름은 겨울에도 잎이 푸른 나무(冬柏나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늘푸른나무로 겨울에도 도톰하고 윤이 나는 녹색 잎을 달고 있으며, 새빨간 꽃은 녹색 잎과 더불어 매력적인 모습을 뽐낸다.

동백나무 꽃가루받이를 하는 새(직박구리).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동백나무 꽃가루받이를 하는 새(직박구리).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겨울에 빨간색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열매를 어떻게 맺을까? 따뜻한 봄에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는 개나리, 진달래 등의 나무들은 곤충을 통해 꽃가루를 옮겨서 수분을 하는 충매화이다. 화려한 꽃이 없는 버드나무나 신갈나무 등의 나무들은 바람을 통해 꽃가루를 옮기는 풍매화이다.

이처럼 나무들의 화려한 꽃은 꽃가루를 옮기기 위해 곤충과 같은 매개체를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다. 동백나무의 화려한 붉은색 꽃 역시 번식을 위해 꽃가루를 옮기기 위한 매개체를 끌어들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동백나무는 추운 겨울에 꽃이 피기 때문에 곤충을 유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동백나무는 동박새 등의 새를 통해 꽃가루받이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새를 통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조매화인 것이다.

동백나무의 꽃이 유독 붉은색인 것도 새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한 전략이다. 새들은 동백나무의 꿀을 먹는 과정에서 얼굴에 꽃가루를 묻혀 꽃가루받이를 한다. 이처럼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동백나무는 관상가치가 높아 오래전부터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되어 활용되고 있다.

차나무 꽃(왼쪽), 차나무 열매(오른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차나무 꽃(왼쪽), 차나무 열매(오른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동백나무와 비슷하지만, 꽃보다는 음료로 익숙한 나무가 있다. 녹차와 홍차의 원료인 차나무이다. 사실 차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우리나라의 차나무는 약 1,000년 전 신라시대에 당나라에서 종자를 가지고 들어와 전해졌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남부 지방에 재배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자연 상태로 퍼진 야생차나무가 있을 정도로 이제는 우리나라의 산림 생태계를 구성하는 나무로서 가치가 높다.

차나무는 늘푸른나무로 잎에 윤기가 있지만, 동백나무와 달리 길고 톱니가 거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차나무의 꽃은 흰색으로 향기로운 꿀 향이 나며 가운데 노랗게 핀 수술이 매력적이다. 화사한 꽃과 매끈한 열매의 모양을 보면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매우 유사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차나무는 음료의 자원으로써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나무는 산울타리로, 열매는 기름을 짜는 등 다방면으로 쓸모가 있는 유용한 우리나무이다.

노각나무 꽃(왼쪽), 숲속의 노각나무(오른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노각나무 꽃(왼쪽), 숲속의 노각나무(오른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동백나무, 차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의 낮은 지역에서 만날 수 있지만 이와 달리 산속의 추운 환경에서 적응한 나무가 있는데 바로 노각나무이다. 노각나무라는 이름은 나무껍질이 사슴뿔 같다는 뜻의 ‘녹각(鹿角)나무’가 변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노각나무는 나무껍질이 조각처럼 벗겨지면서 적갈색의 매력적인 얼룩무늬가 연출되어 비단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노각나무는 앞선 동백나무, 차나무와 달리 낙엽이 지고, 7~15m로 우람하게 자라는 큰키나무인 것이 특징이다.

꽃은 차나무와 같이 흰색으로 가운데 수많은 노란색 수술이 매력적이다. 아름다운 나무껍질과, 꽃 등 관상수로써 가치가 높지만, 아직까지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노각나무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한국특산수종으로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이러한 가치가 높은 노각나무를 보전하기 위해 2020년 DNA 분석을 통해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보존방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동백나무, 차나무, 노각나무는 오랫동안 우리 삶 속에서 함께 해온 소중한 우리나무이다. 추운 겨울을 아름답게 물들이기도 하며,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목을 축여주는 음료로 활용되는 등 우리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된 소중한 나무들이다. 추운 겨울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실 때, 또는 숲속이나 해안가에서 푸르름을 유지하며 우리를 맞이하는 동백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관심과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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