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가 2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사진=농협은행
NH농협금융지주가 2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사진=농협은행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은행연합회로 자리를 옮긴 김광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게 됐다. 8년 만의 내부 승진으로 ‘관피아’ 논란을 벗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중앙회의 농협금융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2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손 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최종 추천했다. 

손 행장의 발탁은 예상 밖의 결과다. 지난 2012년 신경분리 이후 5명의 회장이 금융부문을 이끌었지만, 이 중 관 출신이 아닌 인물은 신충식 초대 회장 뿐이다. 2~5대 회장은 모두 행정고시 출신의 경제관료가 맡았다. 

게다가 관 출신 인사의 금융계 진출은 농협금융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주요 금융협회장 자리를 정·관 출신 인사가 차지하면서 금융계가 관피아의 경력 세탁소가 되고 있다는 자조섞인 농담이 회자되기도 했다.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만큼 금융사가 관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김광수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빈자리도 관 출신 인사가 메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농협금융은 예상과 달리 내부 승진으로 리더십 공백을 메웠다. 덕분에 농협금융은 최근 금융권에 불고 있는 ‘관피아’ 논란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게 됐다. 

금융권에 불고 있는 ‘디지털 전환’ 흐름에도 손 행장의 선임은 적절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 행장은 지난 2015년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재임 시절 NH핀테크혁신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은행 최초로 오픈뱅킹의 핵심인 오픈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바 있다. 

또한 손 행장이 농협중앙회에서 경력을 시작해 은행과 금융지주 등을 두루 거친 만큼, 중앙회와의 소통과 조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다만 손 행장이 이성희 중앙회장의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농협금융이 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월에는 중앙회가 금융지주 임추위 전날 인사추천위원회를 열어 손 행장을 차기 농협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중앙회장 선거에서 큰 역할을 한 영남권 대의원에 대한 ‘보은’ 인사로 경남 출신인 손 행장을 추천했다는 뒷말이 돌기도 했다. 

2012년 신경분리 이후 중앙회는 원칙적으로 금융지주 인사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앙회가 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중앙회장의 의중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 실제 올해 3월에는 3연임을 확정한 지 석 달 만에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업계는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한 이 전 행장이 물러난 것은 올해 1월 새로 선출된 이성희 중앙회장의 인사권을 존중하는 차원의 행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편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손 행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농협금융을 이끌게 된다. 손 행장이 농협금융의 독립성 약화라는 세간의 평가를 불식시키고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확장이라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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