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K-방역이 놓친 것, 저위험시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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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방역이 놓친 것, 저위험시설이 위험하다
  • 임해원 기자
  • 승인 2020.12.17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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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확산세가 가장 가파른 수도권이 연말까지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기로 결정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종 시설은 거리두기 격상에 발맞춰 더욱 강화된 방역 조치에 따라 영업을 제한하거나 아예 중단한 상태다. 노래방과 공연장, 헬스장 등은 문을 닫았고, 카페는 실내 이용이 금지됐다.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시간이 단축된 PC방, 놀이공원, 독서실, 학원 등도 출입인원과 좌석간 거리를 더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K-방역의 촘촘한 그물 속에도 자칫 놓치기 쉬운 구멍이 아직 남아있다. 일반적으로 ‘저위험시설’로 분류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의 오프라인 매장이다. 이들은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타인과 접촉하거나 마스크를 벗을 경우가 별로 없어 영업시간 외에는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는다. 매장을 정기적으로 환기·소독할 의무가 주어지고, 마스크를 벗고 이용해야 하는 시식·시음 코너가 금지되는 정도다. 

문제는 저위험시설에서도 중·고위험시설처럼 마스크를 벗거나 신체 접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코리아>는 영업 중인 대형 마트와 백화점, 전자제품 종합 매장 등의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방역의 빈틈이 어디인지 살펴봤다.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화장품 종합 매장의 사진. 견본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면봉 등의 일회용품이 놓여있다. 사진=임해원 기자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화장품 종합 매장의 사진. 견본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면봉 등의 일회용품이 놓여있다. 사진 속 특정 브랜드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임해원 기자

◇ 화장품 매장, 견본품 여전히 전시

저위험시설로 분류되는 매장에서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장소는 다수의 소비자가 직접 만져보고 기능과 품질을 알아볼 수 있는 전시용 제품이 진열된 곳이다. 특히 화장품 매장의 경우 직접 신체에 바르는 견본품이 다수 진열돼있어 자칫 감염이 확산될 위험이 크다. 

이날 <이코리아>가 찾은 영등포구의 한 화장품 종합 매장에서는 다양한 견본품을 별다른 주의나 제지 없이 사용해볼 수 있었다. 립스틱이나 립밤 등 입술에 바르는 제품의 경우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이 크지만 면봉과 알콜솜, 휴지 등이 놓여있을 뿐, 손소독제나 주의문구가 적힌 팻말도 비치되지 않았다. 비록 견본품을 직접 신체에 바르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돼있지만, 사용자가 조금만 부주의해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기자가 매장을 방문했을 때도 밀집도는 낮았지만 대부분의 방문객이 견본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여름에는 화장품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견본품 사용을 자제하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종합 매장의 경우 이러한 업계 분위기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구로구의 한 의류 매장 피팅룸.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주의 문구나 상주하는 직원이 없이 방문객이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사진=임해원 기자
서울시 구로구의 한 의류 매장 피팅룸.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는 주의 문구나 상주하는 직원이 없이 방문객이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사진 속 특정 브랜드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의류 매장, 피팅룸 사용 시 주의·설명 없어

의류 매장은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지만 한 장소만큼은 마스크를 벗는 빈도가 유난히 높다. 바로 직접 옷을 입어볼 수 있는 피팅룸이다. 상의를 직접 입어봐야 하는 경우, 머리를 집어넣는 과정에서 걸리적거리는 마스크를 벗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감염자가 입어본 후 진열된 옷을 비감염자가 다시 입어보게 된다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된 일부 국가에서는 의류 매장에서 피팅룸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별다른 제재가 없다.

기자가 이날 방문한 구로구의 한 의류 매장 또한 피팅룸을 열어두고 있었다. 기자가 직접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피팅룸에 들어갔지만 상주하는 직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옷을 입어달라는 주의 문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시 영등포구의 전자제품 종합 매장에 진열된 스마트워치와 핸드폰. 제품 옆에 손소독제가 상시 비치돼있다. 특정 브랜드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서울시 영등포구의 전자제품 종합 매장에 진열된 스마트워치와 핸드폰. 제품 옆에 손소독제가 상시 비치돼있다. 사진 속 특정 브랜드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핸드폰 진열대마다 손소독제 비치... 다른 제품군은 '글쎄'

전자제품 매장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 같지만, 전시용 제품이 다수 진열돼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다른 시설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핸드폰이나 태블릿 등 고가의 전자제품을 직접 만져보지도 않고 구매하는 소비자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영등포구의 한 전자제품 종합 매장은 입구를 비롯해 전시용 제품이 진열된 테이블마다 손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상대적으로 방역에 많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특히 핸드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많은 방문객이 손을 거칠 수밖에 없는 제품이 진열된 곳에는 빠짐없이 손소독제가 비치돼있었다.

하지만 핸드폰 판매구역을 제외하면 손소독제가 비치된 경우가 전혀 없었다.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노트북, 조이스틱 등은 소비자가 직접 착용하거나 타건해보는 경우가 많은 제품이다. 하지만 핸드폰 외의 제품이 전시된 테이블에는 별도의 주의문구나 손소독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자가 매장을 방문한 날은 코로나의 여파로 방문객 수는 적었지만, 직접 키보드를 눌러보거나 헤드셋을 머리에 써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매장 출입구에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대형 키보드가 전시돼있었지만, 호기심을 보인 방문객이 키보드를 타건해본 후 옆에 놓인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핸드폰을 제외한 다른 전자제품 진열대에는 손소독제가 함께 놓여져 있지 않았다. 사진 속 특정 브랜드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핸드폰을 제외한 다른 전자제품 진열대에는 손소독제가 함께 놓여져 있지 않았다. 사진 속 특정 브랜드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3단계는 마지막 카드, 자율 방역에 힘써야

현행 방역지침에 따르면, 상점·마트·백화점 등 면적 300㎡ 이상인 종합소매업자에 대해서는 영업시간 단축을 제외하면 별다른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전시용 제품 또한 매장이 자율적으로 사용을 자제할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의 경우 전시용 제품을 찾아볼 수 있는 매장이 많지 않다.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유학생 A씨는 기자에게 “자가격리를 마치고 기분 전환을 하러 백화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며 “미국에 있을 때는 직접 옷을 입어보거나 화장품을 바르는 게 불가능했다. 물건을 사려고 해도 직접 만질 수 없고 직원을 호출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K-방역의 성과가 뛰어나다보니 작은 부분에서는 방심하게 되는 것 같다”며 “자유롭게 물건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감염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거리두기를 3단계로 상향할 것을 고민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6일 서울시청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현재의 거리두기 단계를 제대로 이행하려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마지막 수단인 3단계 상향 결정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리두기가 3단계로 상향되면 위험도와 관계없이 필수시설을 뺀 모든 시설에 대해 운영 제한이 적용된다.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만큼, 3단계는 정부도 국민도 마지막까지 꺼내고 싶지 않은 카드다. 마지막 카드를 아끼기 위해서는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방역의 구멍을 돌아봐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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