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금융위원회가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사전 차단보다 사후 적발에 중점을 두고 관리·감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2018년 했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약속을 저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무차입 공매도의 사전 차단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온라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저도 (불법 공매도에 대한 사전) 차단시스템을 만들고자 했고, 전문가들을 만나 가능성을 검토했다”며 “(그분들이) ‘우리나라 전산시스템상으로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집어넣으면 만들 수는 있는데 무엇을 위해서 그것을 하는 것이냐? 실제로 너무 많은 노역이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이어 “불법 공매도를 하면 처벌한다는 큰 전제가 있고, 사후에 적발하는 시스템 구축만 해도 정부가 생각하는 소기의 목적을 100%는 아니지만 거의 99%를 달성할 수 있다”며 “나머지 1%를 위해서 자원을 다 쏟아 붓는 것은 낭비가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실제 누리꾼들은 “사후 적발이라면 개미는 이미 손해보고 망한 뒤인데 정부에서 배상할건가”, “벌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끝나는 사후 적발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차라리 공매도를 완전 폐지하라” 등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센 것은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하지만 금융위가 과거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사전 차단 시스템 구축을 약속했었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금융위는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2017년)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사태(2018년) 등으로 투자자 불만이 커지자, 2018년 6월 보유주식 초과 매매, 무차입 공매도 등 이상거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는 “주식잔고·매매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별 매매가능 수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여 주식 착오 입고 및 이상거래 등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위법성 조사 등에 활용하겠다”며 2019년 1분기 중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스템 구축과 이를 위한 법 개정 작업이 지연되면서 시스템 구축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은 위원장 또한 올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연말까지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결국 금융위는 2년 만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고백하게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애초에 무차입 공매도의 사전 차단을 위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과제였다고 지적한다. 사전 차단을 하려면 투자자가 차입을 했다는 증거의 진위 여부를 판별해야 하는데,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융당국은 순보유잔액을 기준으로 보유·차입·매도한 물량을 비교해 공매도의 불법성 여부를 사후적으로 판단한다. 문제는 거래시점에서 보유한 주식이 공매도를 위한 것인지 일반 투자를 위한 것인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유상증자, 배당주 등 차입 전 합법적으로 매도할 수 있는 주식에 대해 규제를 잘못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동을 국내 금융 전산망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 등도 사전 차단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물론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을 하나의 전산망으로 연결하고, 사전 차단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입력한다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의 동의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은 위원장이 “만들 수는 있는데 무엇을 위해서 그것을 하는 것이냐”고 반문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위는 현재 강화된 사후 처벌만으로도 충분히 불법 공매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과거에는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하지만 지난 9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불법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및 공매도로 인한 이득의 3~5배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장 높은 수준의 처벌이다. 

한편 은 위원장은 “은성수 위원장이 약속을 어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제가 만나본 증권사나 투자자들은 이 정도 하면 공매도할 생각을 안 할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은 위원장은 “누가 몇 푼 번다고 감옥갈 생각을 하겠느냐고 할 정도로 법 개정을 크게 한 것으로 저희는 이해하고 있다”며 “불법 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이 사전 차단은 아니지만 사후 적발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해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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