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찬성 154인 반대 86인 기권 3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찬성 154인 반대 86인 기권 3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공정경제 3법’이 지난 9일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정경제 3법에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3%룰)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재벌 총수일가의 전횡을 막고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담고 있다.

◇ 재계, “3%룰, 엘리엇 사태 재현될 것”

재계는 이번 3법의 국회 통과로 기업 활동이 위축돼 고용과 투자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3%룰로 인해 해외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보완책 마련을 위해 법률 시행을 1년이라도 늦춰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3%룰은 상장사가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까지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총수일가와 경영진으로부터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반면 재계에서는 외국계 자본이 이를 이용해 경영진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3%룰을 담은 상법 개정안 통과는 다수의 대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시총 상위 10대 기업의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30.41%다. 여기에 개별 3%룰을 적용하면 의결권은 평균 5.52% 수준으로 축소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경우 3분기말 기준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와 정몽구 명예회장, 정의선 회장 부자가 3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별 3%룰이 적용되면 감사위원 선임 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8.4%로 줄어든다. 외국인 투자자가 연합하면 이보다 많은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12개사 43명의 감사위원 중 17명이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주요 대기업 중 3%룰에 의한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굵직한 국내 기업들도 3%룰 대비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외국계 기관투자자 의결권은 3분기말 기준 27.6%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12.2%)의 2배가 넘는다. SK하이닉스 또한 외국인이 대주주(3.0%)의 8배가 넘는 24.9%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시민단체, “개별 3%룰, 감사위원 독립성 보장 효과 떨어져”

한편 재계의 주장과 달리 공정경제 3법이 재계 목소리를 반영해 원안보다 후퇴됐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특히 감사위원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3%룰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것에서 개별 3%로 바뀐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개혁연대는 3%룰이 완화된 상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지난 8일 논평을 내고 “최대주주와 그 밖의 주주 모두에게 ‘개별 3%’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하더라도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효과가 상당부분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대주주에 대한 개별 3% 의결권 제한은 독립적 감사위원 선임을 어렵게 하고, 더 나아가 지배주주에게 의결권을 편법적으로 높이려는 유인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가 지난해말 기준 자산 2조원 이상의 비금융 상장사 109개를 대상으로 합산 3%룰과 개별 3%룰 적용 시 대주주 의결권 제한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개별 3%룰의 경우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엘에스의 경우 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7.48%인데 여기에 개별 3%룰을 적용해도 의결권 제한 효과는 1.66%p에 불과하다. 지에스 또한 대주주·특수관계인 의결권이 48.32%에서 44.30%로 줄어드는데 그쳤다. 

게다가 의결권 제한 효과가 큰 기업이 ‘지분 쪼개기’를 통해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산 3%룰이라면 지분 쪼개기도 소용없지만, 개별 3%룰이라면 계열사를 동원해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

경제개혁연대는 “지분 쪼개기에 계열사들이 동원된다면 계열사의 출자구조가 지금보다 더 복잡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작업이 오히려 기업지배구조를 개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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