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지난 8일 약 4400만명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사실상 확보했다고 발표하면서, 향후 백신 보급 전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 해외 개발 백신 확보 계획에 대해 심의․의결하고 예방접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는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 ‘코박스 퍼실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약 1000만명분을 확보하고, 글로벌 제약사외의 개별 협상을 통해 약 3400만명분을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미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2000만회분을 확보했으며, 화이자(2000만회분), 얀센(400만회분), 모더나(2000만회분) 등 3개 제약사와도 구속력 있는 구매 약관 등을 체결해 구매 물량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 백신 도입 시기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내년 1분기(2~3월) 중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그 외 제약사들의 백신 물량 또한 늦어도 내년 안에는 다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8일 브리핑에서 “백신 도입 시기는 우리가 가장 늦출 수 있는 시기까지는 (계약서 상에) 규정이 돼 있다고 보면 된다”며 “마지막 늦출 수 있는 시기가 내년 연말”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어 “그 이전에라도 가능한 빠른 시기 안에 물량이 다 들어올 수 있도록 여러 방면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내년 안에 다 들어온다는 것은 확약을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백신이 국내에 들어온다고 해서 바로 접종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내년 2~3월 선구매한 물량이 들어와도 안전성 검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 게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아직 임상 3상도 완결되지 않았다.

박 장관은 “물량은 조기에 확보하더라도 접종은 좀 신중하자는 것이 기본전략”이라며 “각 백신마다 어떤 특성을 가진 대상들에게 좀 더 효과 성과 안정성이 높은지를 검토하고, 외국에서 2~3개월 정도 접종하고 난 뒤에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그 뒤에 우리 국민들에게 접종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되고 있어 불안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접종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보건복지부는 백신 접종 시기에 대한 여론의 궁금증이 높아지자 8일 별도 자료를 내고 “상황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 신속하게 접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접종을 위한 전략 자문 전문가 그룹(SAGE)’이 11월 발표한 백신 접종 우선순위 로드맵 중 일부. 자료=세계보건기구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접종을 위한 전략 자문 전문가 그룹(SAGE)’이 11월 발표한 백신 접종 우선순위 로드맵 중 일부. 자료=세계보건기구

◇ 백신, 누가 먼저 맞나?

백신이 국내에 도입되더라도 물량이 한정적인 만큼 접종은 대상의 우선순위를 나눠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접종을 위한 전략 자문 전문가 그룹(SAGE)’은 지난달 사망률 및 의료서비스 유지 등을 고려한 백신 접종 우선순위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로드맵은 백신 물량 확보 상황에 따른 다양한 시나리오를 포함하고 있는데, 만약 인구의 10% 정도만 확보됐다면 현장 의료진이 최우선 접종 대상이 된다. 그 다음은 코로나19 사망률이 높은 고령층에게 접종하는데 구체적인 연령 제한은 국가별로 정하게 된다.

인구의 11~20%에게 접종할 백신을 확보했다면 고령층, 사망 위험이 큰 기저질환자, 감염 위험이 높고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백신을 접종하는 의료진, 비대면 교육이 불가능한 교육기관의 교사 등이 우선 접종대상으로 포함된다.

21~50% 수준의 물량이 확보되면 교사, 경찰, 공무원 등 필수 인력, 백신 생산 인력,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은 의료시설 종사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직종의 종사자 등까지 우선 접종 범위가 확대된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의 경우 요양원에 거주 중인 65세 이상 노인을 최우선 접종 대상으로 분류하고 그 다음 순위도 80세 이상, 75~79세 등 연령에 따라 차등을 뒀다. 지난 2월~7월 코로나19 사망자 중 65%가 75세 이상의 고령층임을 고려한 조치다.

한국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우선순위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SAGE의 지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성웅 질병관리청 차장은 8일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 우선순위는) 우리나라에 맞게 전문가위원회를 통해서 점차 구체화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8세 미만의 소아, 청소년 등은 백신이 도입되더라도 바로 접종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할 임상 결과가 필요한데 18세 미만에 대한 임상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

이환종 서울대의과대학 명예교수는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다 (백신을) 맞아야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소아는 아직까지는 임상시험이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진=아스트라제네카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사진=아스트라제네카

◇ 제약사, 백신 부작용 면책권 요구

백신에 대한 가장 큰 궁금증 중 하나는 바로 부작용이다. 화이자, 모더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RNA만 따로 떼어내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취약한 구조의 RNA를 보호하기 위해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안전한 다른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삼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직접 체내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 이론적으로는 부작용 문제가 다른 전통적인 백신 플랫폼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까지 상용화된 적 없는 기술인만큼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백신 접종 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면책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개별 협상내용을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아스트라제네카가 면책조항을 요구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백신의 부작용을 완전히 검증하기에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코로나19의 시급한 종식을 위해서는 제약사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것은 전문가들이 최근 개발된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남재환 가톨릭대의생명과학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나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들이 이미 자기들이 나왔던 그런 부작용을 다 공개를 한 상태”라며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다른 기존의 백신에 비해서 특별한 부작용이 더 심각하게 있다고 지금 얘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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