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의사일정 상정에 대한 변경동의에 관해 손을 들어 표결을 하고 있다. 정무위원회는 이날 공정경제3법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을 추가로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해당 안건들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뉴시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의사일정 상정에 대한 변경동의에 관해 손을 들어 표결을 하고 있다. 정무위원회는 이날 공정경제3법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을 추가로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반발해 해당 안건들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뉴시스

국회가 공정경제 3법의 처리를 서두르면서 재계와 야권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재계는 공정경제가 아닌 기업규제 3법이라며 고용·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들은 재계가 법안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는 각각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8일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공정경제 3법은 위원 6명 중 4명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가결돼 전체회의로 넘겨진다. 

현재 국회 구성 상 국민의힘에 배정된 몫이 2명뿐이어서 사실상 법안 처리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오늘 오전 법사위 안건조정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 재계, “공정경제가 아닌 기업규제 3법”

공정경제 3법의 국회 통과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재계에서 급박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은 ▲소액주주의 경영감독권을 강화하는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분리선출제’와 ‘3%룰’을 담은 상법 개정안 ▲담합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상장사에 대한 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지분율 30%에서 20%로 하향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권을 강화한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으로 구성됐다.

재계는 3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7일 성명을 내고 “기업규제 3법은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 개입, 남소로 인한 소송비용 증가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을 악화시켜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매진해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기업규제 3법을 신중히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산업연합포럼 등 7개 경제단체들도 이날 국회에 공동입장문을 전달하고 공정경제 3법의 재검토를 요청했다.

재계가 공정경제 3법에 반발하는 이유는 규제의 범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할 뿐 아니라, 경영권을 지키는 데도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재계는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3%룰이 시행되면 외국계 투기자본 등이 연합해 감사위원을 선출시켜 경영에 개입할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마찬가지다. 모회사 지분을 1%(상장사 0.01%) 이상을 6개월간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나 자회사 이사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다면, 단기차익을 노린 외국계 투기자본이 이를 이용해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것. 재계는 중소기업의 경우 투기자본의 압박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 다중대표소송제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또한 부담스럽다. 사익편취 규제 기준이 20%로 하향될 경우 규제 대상은 현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검찰이 담합행위를 기소할 수 있게 되면 재계가 느끼는 압박감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국(위)과 미국의 연도별 주주대표소송 제기 건수. 자료=경제개혁연구소, 스탠퍼드대학교
한국(위)과 미국의 연도별 주주대표소송 제기 건수. 자료=경제개혁연구소, 스탠퍼드대학교

◇ 시민단체 “재계 주장은 사실관계 왜곡"

반면, 시민단체는 재계와 달리 공정경제 3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빠른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실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발표한 ‘재계의 공정경제 3법 관련 주요 주장에 대한 비판 및 반론’ 보고서에서 “공정경제 3법의 정기국회 법률안 심사를 앞두고 해외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 및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재계의 주장이 본격화되고 있으나, 주요 주장의 내용을 보면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의 경우 경영권 위협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부주주 추천으로 선임된 감사위원 한명만으로 이사회를 장악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 오히려 한명의 감사위원이 지배주주와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도 쉽지 않다. 

다중대표소송제 또한 ‘남소’를 우려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경제개혁연대가 1997년부터 2017년까지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을 분석한 결과, 21년간 겨우 137건(연평균 6.5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이 가운데 상장사가 소송 대상인 경우는 47건(34.3%)에 불과하다. 

당장 미국에서 지난해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이 428건임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다중대표소송제는 ‘남소’가 아니라 ‘활성화’를 고민해야 할 단계다. 경제개혁연대는 “아직 외국인 투자자가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이 없는 것은, 공익적 성격을 갖는 대표소송제의 특성상 소송수행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승소하더라도 그 이익은 회사에 귀속되므로 경제적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다중대표소송이 허용되더라고 기업의 부담은 크지 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또한 재계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공정위와 검찰이 중복수사를 방지하기 위해 사건처리 기준에 합의한 만큼 전속고발권 폐지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내부거래라 하더라도 가격과 조건 등이 부당하지 않다면 사익편취 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며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사익편취규제 대상이 확대되어 기업부담을 초래한다는 재계의 주장은, 모든 내부거래가 제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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