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와 알뜰폰 ‘가성비’ 조합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동통신3사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올해 휴대전화 시장에서 자급제 비중은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전망이며, 알뜰폰은 가입자 순증이 이어지고 있다. 통신3사는 자사 미디어 서비스와 5G 요금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야 할 상황이지만 요원해 보인다.

2일 온라인 쇼핑몰 쿠팡을 확인해보니, 아이폰12 프로 모델이 품절로 표시되고 있다. / 사진=쿠팡 웹사이트 캡처

◇’발품 팔기’ 지쳐 ‘자급제폰’ 산다

최근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구매를 위해  발품 파는 수고를 덜고 있다. 제조사 직영이나 오픈마켓 판매분 가격이 통신3사가 음지에서 제공하는 불법보조금 적용 가격과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에서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는 출시 초기부터 ‘품절대란’을 겪고 있다. 그 직전에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0FE는 한때 60만 원대까지 낮아졌다. 본래 출고가는 89만9000원이다.

소비자들은 자급제폰 구매 시, 통신사를 변경하거나 고가요금제나 부가서비스 유지 의무를 질 필요도 없다. 이 역시 자급제폰이 이동통신사와의 대결 구도에서 차츰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배경 중 하나다. 지난 7월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자급제폰 비중은 11.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3사,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알뜰폰’에 채여

소비자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은 오픈마켓에서 구매하고, 통신사는 알뜰폰을 택해 ‘가성비’를 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급제폰의 시장 영향력 확대로 단말기값과 이동통신 요금제를 분리해서 보기 수월해진 탓에, 저렴한 알뜰폰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지난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번호이동시장에서 통신3사 가입자는 유출됐고, 알뜰폰은 6개월 연속 순증했다. 알뜰폰은 지난 8월 9909명, 9월 1만2433명, 10월 1만3039명, 지난달 3만1674명으로 상승세를 탔고, 전체 가입자는 9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알뜰폰업계에서는 통신3사의 ‘알뜰폰 타깃 마케팅’까지 재등장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알뜰폰 타깃 마케팅은 통신3사가 알뜰폰 가입자에게만 불법지원금을 제공해 견제하는 행태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장 단속에 나서고 있다.

KT 온라인 전용 요금제 '5G 다이렉트' 유의사항. 가격은 기존 5G 요금제보다 저렴하지만, 공시지원금과 요금할인 25%를 선택할 수 없다. 사진=KT 웹사이트 캡처

◇통신3사 반격 카드는 ‘온라인 전용 요금제’

통신3사는 연말에서 내년 초 사이 요금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일부터 이용약관 신고만으로 새 요금제 출시가 가능한 ‘유보신고제’ 시행에 발맞춘 행보다.

여기서 통신3사는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 받았던 요금제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당시 의원들의 질타에 통신3사 이동통신사업부문 수장들은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관건은 온라인 전용 요금제의 가격이다. OTT 등 자사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존 요금제와 파격적인 가격 차이가 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실제로 KT와 LG유플러스는 이미 온라인 전용 5G 요금제를 하나씩 보유하고 있지만 실속이 부족하다. 이는 각 사 공식온라인몰인 KT샵과 유샵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액면가는 기존 요금제보다 20%가량 저렴하지만, 공시지원금 혜택이나 요금할인 25% 적용이 불가한 것이 맹점이다.

국회에서는 요금제 인하 압박뿐 아니라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논의도 활발한 만큼, 통신3사는 자구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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