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주목 군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태백산 주목 군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12월, 겨울은 나무들에게 혹독한 계절이다. 특히 산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매서운 추위와 얼어붙은 토양의 부족한 수분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부분은 일찍 낙엽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특히, 고도가 높은 산의 정상부는 토양이 얕고 바람이 거세게 불기 때문에 나무들이 살아가기에 더욱 어려운 환경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수 천년의 긴 세월 동안 푸른 잎을 가지고 살아온 나무가 있는데, 바로 ‘주목’이라는 나무다.

주목은 나무껍질과 목재 부분이 붉은 색을 띠어, 붉은 ‘주(朱)’자를 써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목의 목재는 붉은 빛깔도 매력적이지만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고 부를 만큼 재질이 잘 썩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주목의 멋진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여러 곳 중에 강원도 태백산이 있다.

필자가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2010년 태백산 유일사에서 장군봉을 향해 올라가다가 만난 주목 군락은 너무나도 경이롭고 웅장한 모습이었다. 하얀 눈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거대한 나무들이 탐방로를 따라 굳세게 서 있었다. 살아 있는 나무들뿐만 아니라 언제 죽은지 모르는 거대한 나무들도 우람한 형체를 잃지 않고 겨울산의 멋진 광경을 연출해 주고 있었다. 자연 속에서 긴 세월을 견디는 주목의 목재는 조선시대에 왕실의 가구와 임금의 관을 만드는데 쓰였다고 한다. 또한 주목의 나무껍질에는 항암성분이 있어 약용자원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한다.

주목나무껍질(왼쪽), 주목열매(오른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주목나무껍질(왼쪽), 주목열매(오른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남부지방에 가면 지대가 낮은 곳에서 주목과 비슷한 비자나무를 만날 수 있다. 비자나무는 주목과 달리 나무껍질이 회갈색이며 열매가 녹색으로 익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비자나무림 중에서 제주도의 평대리 비자나무 숲(천연기념물 제 374호)이 가장 유명하다. 이곳은 500~800년 된 주목이 약 2,500그루가 모여 숲을 이루고 있어 비자나무 단순림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높이 7~14m, 직경 50~110cm의 거대한 나무들이 조밀하게 자라고 있어 낮에도 숲 안에 들어서면 컴컴할 정도이다.

주목과 마찬가지로 웅장하고 멋진 경관을 이루는 비자나무는 목재와 열매도 유용한 가치가 있다. 비자나무의 목재는 탄력이 좋아 가구재 및 조각재로 활용도가 높으며, 종자에는 약용성분이 있어 예로부터 구충제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비자나무 잎(왼쪽), 비자나무 열매(오른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비자나무 잎(왼쪽), 비자나무 열매(오른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비자나무와 유사하지만 숲의 습기가 많은 계곡과 능선에서 키가 작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개비자나무가 있다. 높이 3m 정도로 키가 작지만 수십그루가 군락을 이루어 자라는 모습이 멋진 경관을 만들어 준다. 개비자나무의 이름은 비자나무와 유사하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깃털처럼 빼곡하게 붙어있는 잎 모양이 비자나무와 유사하지만 끝이 뾰족하고 단단한 질감의 비자나무와 달리 손으로 만져보면 부드럽고 억세지 않아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 개비자나무의 열매는 약용성분이 있어 비자나무와 마찬가지로 구충제로 활용한다고 한다.

개비자나무 군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개비자나무 군락.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오랜 기간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온 주목, 비자나무, 개비자나무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주목은 산의 높은 곳에서 자라고 있는데 점차 개체 수가 줄고 분포 면적이 좁아지고 있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생장이 느린 주목이 다른 나무에 의해 경쟁에서 밀리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어린 주목들이 급격한 환경 변화로 숲 바닥에서 자라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림청에서는 2016년 주목과 같이 보전이 시급한 침엽수종 7종을 정하여 전국 실태조사를 통해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보존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개비자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개비자나무 열매.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주목, 비자나무, 개비자나무는 오랜 기간 우리 땅을 지켜온 소중한 우리 나무이다. 혹독한 산 정상에서 오랜 세월 한 곳을 지키고 우리 실생활에서 유용한 약용자원으로도 활용된 소중한 나무들이다. 최근, 주목 3형제는 우리 주변의 공원과 아파트에서 정원수로도 식재되는 등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주목 3형제들이 우리 자생지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주변과 혹독한 겨울 산에서 푸르름을 유지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목 3형제를 만난다면 관심과 응원의 마음을 담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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