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25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확정짓지 못하고 결론을 내달 9일 열리는 차기 회의로 미뤘다. 증선위 논의가 길어지는 만큼, 금융감독원이 정한 제재안이 원안 그대로 확정될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증선위는 지난 25일 정례회의에서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에 대한 징계안을 심의했으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3개 증권사에 대해 금융투자상품 부당권유 및 내부통제 기준마련 의무 위반 등과 관련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전·현직 CEO에 대한 중징계 및 기관 업무 일부정지(신한금투·KB증권), 반포WM센터 폐쇄(대신증권) 등을 처분한 바 있다. 

◇ 증선위, 과태료 경감 가능성은?

25일 열린 증선위에서는 제재안 중 과태료 부과 건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임원 및 기관 제재안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과태료·과징금 등의 사안은 증선위를 거치지만, 임원 제재 및 기관 영업정지 등은 금융위의 심의·의결하기 때문.

앞서 금감원은 제재심에서 3개 증권사에 대해 각각 수십억원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증선위에서는 과태료 수위의 적정성을 두고 증권사와 금감원 간의 논쟁이 이어져 최종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라임 사태에 대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권고를 수용하고 피해자들에 대해 손실액을 선보상하려고 노력했다며 금감원이 부과한 과태료 수위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를 보면 증선위에서 과태료가 경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증선위는 지난 2월 12일 정례회의에서 금감원이 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우리·하나은행에 부과한 과태료(230억원, 260억원)를 각각 190억원, 160억원으로 대폭 경감한 바 있다. 

◇ KB증권 박정림 사장, DLF 징계 전철 밟나

금융업계는 차기 증선위가 아니라 내달 열릴 금융위 정례회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태료 수위만 논의하는 증선위와 달리 금감원 제재안의 핵심인 임원 중징계는 금융위에서 최종 결정되기 때문이다. 

라임 펀드와 관련해 제재심에 오른 3개 증권사 전·현직 대표들은 모두 중징계를 처분받은 상태다. 김형진 전 신한금투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는 금감원으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문책경고를 처분받았다. 문책경고는 3년, 직무정지는 4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특히 KB증권의 경우 유일한 현직 CEO인 박 대표가 징계 대상에 포함된 만큼 금융위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박 대표는 임기 내 KB증권의 실적을 크게 개선해 연임이 예상됐지만, 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앞서 금감원은 DLF 사태와 관련해 판매 당시 행장을 맡았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처분한 바 있다. 지배구조법 상 문책경고 이하의 징계에 대해서는 금감원장에게 전결권이 있어, 금융위도 과태료와 달리 징계 수위에는 개입하지 않고 해당 제재안을 그대로 확정했다.

다만 변수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에 대한 징계 권한은 금융위에 있다는 점이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은행과 보험사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이하의 징계는 금융위가 금감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할 수 있지만, 증권사나 금융지주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금융위가 결정권을 가진다. 따라서 박 대표에게도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입장을 소명할 기회가 남아있는 셈이다.

또 다른 변수는 금감원이 처분한 임원 징계의 법적 근거가 여전히 논쟁거리라는 점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한 지배구조법 24조를 근거로 중징계를 부과했지만, 증권사들은 그로 인해 CEO까지 징계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내부통제 기준 위반을 이유로 CEO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실제 DLF 사태로 인해 중징계를 처분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징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금융당국이 근거로 제시한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의무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으로 구체적·개별적 기준이 없다”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만약 금융위가 박 대표에 대한 문책경고를 그대로 확정할 경우, 박 대표가 DLF의 선례를 참고해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