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이어 토스까지 증권가에 진출하면서 기존 증권사들 사이에서 ‘빅테크’와의 경쟁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 파이를 두고 경쟁만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메기’ 효과를 통한 증권업의 혁신·성장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8일 증권가는 IBK투자증권·KTB투자증권이 신설된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신입을 맞이했다. 간편송금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토스증권(토스준비법인)’이 이날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투자중개업 본인가를 획득한 것. 

◇ 증권업 진출한 카카오와 토스, 같은 점과 다른 점은?

카카오페이증권에 이어 토스증권까지 인가를 획득한 것은 다른 금융업계와 마찬가지로 증권가도 빅테크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빅테크 업체가 증권가 진출 시 가지는 강점은 오랫동안 축적해온 IT 기술력과 노하우뿐만 아니라 이미 수천만명의 잠재적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 토스증권보다 앞서 지난 2월 27일 증권가에 진출한 카카오페이 증권은 계좌 수가 월 평균 27.8%씩 증가하며 지난 9월 기준 누적 계좌 개설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아직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음에도 이처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것은, 3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카카오페이라는 핀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프라인 지점 없는 모바일 증권사라는 점도 이제 막 자산관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회초년생들을 끌어들이는데 장점으로 작용했다. 

마찬가지로 모바일 전문 증권사로 출발할 토스증권 또한 1800만명 가량의 이용자를 보유한 토스를 기반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두 빅테크의 증권업 진출 전략은 차이가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주식 위탁매매가 아닌 펀드와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토스증권과 달리 투자매매업(집합투자증권 및 채무증권) 인가도 획득한 만큼,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간접투자를 통해 우선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카카오페이증권은 기존 카카오페이와 연동한 동전모으기, 알모으기 등의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에서 결제한 뒤 받은 리워드나 남은 잔돈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서비스 등을 제공해 기존 고객을 자연스럽게 증권서비스로 유도한다는 것. 이 전략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9월 기준 1.9조원의 펀드 판매 잔고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신한금융투자와 제휴를 통해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는 토스증권은 주식 중개를 출발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토스증권은 코로나19 이후 주식에 입문한 2030 ‘주린이’들을 타깃으로 삼아,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적인 디자인의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 토스 가입자 1800만명 중 1000만명이 2030인 만큼, 기존 증권사 MTS보다 젊은 세대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을 각각 한국의 '에이콘스(Acorns)'과 '로빈후드(Robinhood)'로 부르고 있다. “당신의 잔돈을 투자하세요”라는 문구로 잘 알려진 에이콘스는 잔돈을 ETF, 펀드 등으로 간접·분산투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반면, 로빈후드는 주식·옵션·암호화폐 등 변동성이 큰 금융상품 중개서비스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자산관리와 거래중개라는 상반된 모델을 추구하는 만큼, 카카오와 토스의 향후 성장경로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은 각각 에이콘스(왼쪽)와 로빈후드(오른쪽)의 성장 전략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메리츠증권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은 각각 에이콘스(왼쪽)와 로빈후드(오른쪽)의 성장 전략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메리츠증권

◇ 빅테크 증권업 진출, '메기 효과' 있나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수천만의 잠재적 고객층과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두 빅테크 업체의 증권가 진출은 기존 증권사들에게는 큰 변수다. 특히 잦은 전산장애로 고객 신뢰가 땅에 떨어진 기존 증권사의 MTS·HTS는 빅테크 업체의 새로운 서비스에 의해 빠르게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로빈후드의 거래중개 모델을 따를 것으로 보이는 토스증권은 안정적인 주식 중개서비스 운영을 위한 IT시스템과 인력을 충분히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모바일 전문 증권사 특성상 총 인원 중 IT부문 인력이 60%에 달한다”며 “핵심인 원장 시스템은 증권 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이, 서비스 프론트는 토스증권 측에서 맡아 개발을 완료했고, 고객 편의를 위한 콜센터 구성도 마친 상태”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기존 증권사들의 반응은 차분한 편이다. 특히 토스증권이 지향하는 거래중개 모델의 경우 기존 증권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진입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자산관리 모델과 달리 로빈후드와 같은 거래중개 모델은 엄청난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 토스증권의 경우 아직 자본이 340억원에 불과해 당장 증권가에 큰 충격을 주기는 어렵다.

수수료 면에서도 토스증권이 강점을 보이기 어렵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대부분 증권사가 위탁 중개 분야에서 무제한 무료, 또는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우려와 달리 기존 증권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두 빅테크 업체의 진출이 ‘메기 효과’를 통해 증권업 전체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긍정론도 나온다. 빅테크 증권사의 경쟁력은 수수료보다는 혁신적인 UI/UX와 사업 아이디어에 있는 만큼 정체된 증권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 또한 2030 이용자를 다수 보유한 빅테크 업체가 자산관리·주식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시장으로 끌어들일 경우 증권업계 전체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 연구원은 “플랫폼 회사의 주요 고객은 고액 자산가보다는 20~30대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시장 진출은 고액 자산가와 달리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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