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용혜인 의원실
자료=용혜인 의원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상위 계층에 집중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폐지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공받은 ‘근로소득 10분위별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2018년 3년 간 연평균 968만5300명이 23조7356억원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소득별로 구분하면, 근로소득 8~10분위(상위 30%)가 전체 소득공제액의 52.5%, 6~10분위(상위 50%)가 79.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클수록 오히려 더 많이 혜택을 보는 역진성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다. 

용 의원은 “근로소득세가 누진세율로 되어 있어 소득 상층구간으로 갈수록 더 높은 세율로 과세되기 때문에, 소득공제액이 아니라 실제 감면세액 기준으로 보면 고소득자에게 더욱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역진성을 줄이기 위해 근로소득구간을 3개로 나눠 소득이 높을수록 공제한도를 50만원씩 감액하고 있지만, 수치적으로 드러나듯이 그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지난 1999년 ‘자영업자의 과표 양성화’ 및 ‘근로소득자의 세부담 경감’ 등을 목적으로 2002년 11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당초 예상보다 18년이나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이미 도입 목적이 달성된 데다 조세지출 부담이 크고 혜택의 역진성 문제가 있어 여러 차례 폐지론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조세저항에 부딪혀 일몰 기한이 9차례나 연장됐다.

 

자료=국회예산정책처
소득구간에 따른 신용카드 소득공제액 추이.(단위: 만원) 자료=국회예산정책처

특히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된다는 비판은 이미 여러 차례 폐지의 필요성으로 거론된 바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2018년 발표한 ‘2019년 조세지출예산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이후로는 소득지원 효과가 고소득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6년 기준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1인당 평균 소득지원 효과는 소득 2000만원 이하 1만원에서 5억원 초과 105만원으로 소득 수준에 비례해 증가한다. 

반면 도입 당시의 목적이었던 과표 양성화는 이미 달성돼 추가적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또한 2012년 이후 소득공제를 유지하기 위해 ▲전통시장 활성화 ▲대중교통 이용 유도 ▲소비지원 ▲문화생활 지원 등 부가적인 정책목표가 더해졌지만 오히려 역진성만 심화됐을 뿐 효과는 불분명하다.

실제 정부가 2018년 시행한 조세특례 심층평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용카드 추가공제 혜택이 대중교통, 전통시장, 도서․공연 사용에 미치는 영향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여러 차례 국회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를 위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조세저항을 극복하지 못하고 번번이 좌절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폐지론이 나왔지만, 결국 일몰 기한을 2022년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이 상정돼있는데, 이 개정안은 소비 활성화를 위해 모든 소득구간에서 공제한도를 30만원씩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대로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제 한도 확대에 따른 소득세 감면액(조세지출액)은 올해보다 6904억원(27.8%) 늘어난 3조172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계에서는 역할을 다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도록 공제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용 의원은 “공제한도 30만원 상향으로 인한 가계소비의 순증 효과는 제한적일 것임에 반해 감면세액은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소득공제액보다 감면세액이 고소득층에게 더 집중되는 사정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이어 “코로나 경제위기 대응 과정에서 정부는 취약계층에 집중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신용카드 소득공제 같은 역진성이 큰 비과세감면제도를 확대하는 모순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며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정비하고 기본소득 배당과 연계된 목적세 방식의 증세를 결합하는 세제 개혁으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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